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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 1년 광복절①] "할인해도 안팔려요" 일본차, 버틸 수 있을까

  • 경제 | 2020-08-14 00:00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토요타 전시장의 모습. /이덕인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토요타 전시장의 모습. /이덕인 기자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 여파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식품·자동차·항공·여행·의류 업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잇달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이 적어도 연내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과 달라질 시장판도 등을 4회에 걸쳐 각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일본차 지난해 20%대 점유율에서 올해 7월 7%로 '뚝'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았다. 유통업계에서는 '애국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일본 업체들은 불매운동 극복에 역량을 쏟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1년 넘는 보릿고개를 보내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부 브랜드는 끝내 철수를 결정했고 나머지 브랜드는 할인 정책을 지속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0년 일본 소비재 수입실적'에 따르면 일본 제품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또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긍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는 일본 승용차 판매량이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일본차 업체(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의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만1657대로 전년 동기 2만6156대보다 55.4% 감소했다. 일본차는 지난해 상반기 20%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7%대로 고꾸라졌다.

판매량 감소로 인해 일본차 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해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영업이익은 331억9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51.4% 줄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19억8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 수준이다.

한국닛산의 지난해 매출은 1286억 원으로 전년보다 38% 감소했다. 2018년 140억 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422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국닛산은 올해 말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닛산과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영업은 12월 말로 종료된다.

◆ 파격 프로모션에도 부진 극복 못해

일본차 업체들은 불매운동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지만 소비자를 잡기에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혼다코리아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혼다 자동차 KCC모터스 전시장에서 '뉴 CR-V 터보' 국내 출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혼다코리아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혼다 자동차 KCC모터스 전시장에서 '뉴 CR-V 터보' 국내 출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혼다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뉴 CR-V 터보'에 최대 350만 원을 할인하고, 평생 엔진오일 무상 교환 프로모션 등을 내걸며 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다. 출시한 지 한 달이 안 된 신형 모델에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적용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신차 교환 프로그램과 할인,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딜러사에서 유사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수입사가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또 혼다코리아와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각각 1억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국내 진출한 수입차 업체 가운데 수해 복구 성금을 내놓은 업체는 15일까지 혼다와 토요타뿐이다.

닛산과 인피니티의 경우 최근까지 1000만 원 이상의 푹풍할인을 진행하면서 보유 물량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닛산 딜러사 관계자는 "6월에 닛산, 지난달 인피니티 차량을 모두 판매해 세일즈 조직은 없어졌고 서비스 조직만 남게 됐다"라고 말했다.

일본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매운동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압류 명령'이 내려지자 한·일 양국의 '2차 경제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추가 경제보복 조치 카드를 꺼내들 경우 불매운동은 더욱 거세게 일어날 수 있다.

일본차를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평소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를 고려하던 50대 직장인 A 씨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A 씨는 "신차를 구매하면 번호판 앞자리가 세 자리로 나오는데, 불매운동이 여전한 이런 시기에 일본차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앞자리가 세 자리인 8자리 자동차 번호판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수입차를 탔을 때 실내에서 느끼는 승차감 뿐만 아니라 차에서 내릴 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일명 '하차감'도 중요한 구매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 차주에 '친일 행위'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일본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량이나 전기차 등으로 독일차와 국산차 사이의 틈새 시장을 공략해 왔다. 지금은 독일차도 선택지가 넓어졌고, 국산차도 꾸준히 친환경 차량을 출시하면서 (일본차와) 간격을 좁혔다"라며 "일본차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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