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팎 "'이재용 사법 리스크', 코로나보다 심각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은 물론 경제계 안팎의 시선이 검찰의 '입'에 쏠리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와 관련해 검찰의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5년 넘게 경영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19일) 부장검사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관해 논의했다.
지난달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를 내린 지 20여 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던 검찰이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에 삼성 내부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갈등에 이어 올해 전 세계를 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불확실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은 검찰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 부회장의 최근 보여주고 있는 경영 행보 역시 커지는 내부 불안과 무관하지 않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한 달에 한 번꼴로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생산기지를 방문, 임직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설 연휴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 방문을 기점으로 3월에는 구미 스마트폰 공장, 6월 반도체연구소와 생활가전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에는 사내벤처 C랩 및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전장용 MLCC 전용 생산공장을 점검했다. 이달까지 7차례 걸친 현장 점검 때마다 이 부회장은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강조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내 왔다.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국내외 기업과 파트너십 확장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1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한다.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 이후 두 번째 회동이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 마련을 위한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중론이다.
앞서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의혹을 기점으로 햇수로만 5년째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와 재판으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신규 투자 등에 제동이 걸렸던 삼성으로서는 또다시 과거와 같은 전철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사장 역시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내년 전망도 어둡다"라며 "전문경영인의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불확실성 시대에 대규모 투자 및 인재 영입 등을 추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 역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직언을 아끼는 삼성 내부 고위급 인사까지 공식적으로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낼 만큼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기환송심 매듭조차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를 밀어붙일 경우 앞서 진행된 재판 과정 등을 고려할 때 그 여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특히, 경영 복귀 이후 이 부회장이 2년여 동안 추진해 온 '조 단위' 투자 및 일자리 창출 플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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