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많은 곳이 규제 대상' 비판 이어져…규제지역 해제 집회 열리기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정부가 30대 서민층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규제지역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갑자기 주택 대출이 줄어드는 바람에 낭패를 겪고 있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5일 정부와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한 카페에는 정부의 6·17 대책의 소급적용을 받아 아파트 잔금 대출이 막혔다는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설된 이 카페에는 회원수가 벌써 8000명을 넘겼다. 카페는 최근 인터넷 포털에 6·17 대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는 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대책이 발표되기 전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해당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편입되거나 규제 수준이 격상되면서 잔금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갑자기 낮아져 모자란 금액을 급히 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비규제지역에선 70%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50%, 투기과열지구에선 40%로 낮아진다.
결혼 8년 차 주부라는 한 카페 회원은 "국민임대에 있다가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2018년 평택에 있는 2억4000만 원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해 8월 입주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잔금에 이사비까지 딱 맞춰놓고 있었지만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대출이 4000만 원 줄어들었다. 모자란 4000만 원은 신용대출이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신혼부부라고 밝힌 한 카페 이용자는 "현재 사는 집을 처분하고 부족분은 대출을 받기로 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6·17 대책으로 대출이 막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앞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받은 계약금과 낸 계약금을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가 걱정할까 염려돼 혼자 눈물을 훔치는 저희가 진정 투기꾼이 맞느냐"고 반문하고 "이사해서 아이 낳고 예쁘게 살고 싶었던 신혼부부의 꿈을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뜨린 사람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 신도림과 인천 검단 등지에선 규제지역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대출규제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규제지역 신규 지정에 따른 중도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한 LTV 적용 기준은 그동안 일관되게 운영됐고 6·17 대책에서도 기존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이나 경기도 분당, 과천 등지와 같이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자금 여력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천만 원 급전에도 허덕이는 서민층이 많은 곳이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관련 긴급 보고를 받을 때도 6·17 대책의 보완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부동산 정책 지시에는 서민층의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한 특별공급제 개편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있지만 기존 6·17 대책 보완 방안은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긴급 보고에서 6·17 대책에 대한 보완 내용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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