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A 경쟁사' 한화종합화학과 공급 계약 체결…현대·GS와 합작사도 올해 '순항중'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협업보다는 인수 합병이나 자회사 등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독자적인 사업 방향을 구축해 왔던 롯데케미칼이 최근 경쟁사와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수요와 공급 역할을 분배한 동맹 수준의 협업은 물론 과거 경쟁사와 설립했던 합작사의 프로젝트도 순항하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석유화학업계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까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한 에틸렌 생산에 주력하는 정통 석유화학업체의 이미지가 컸다. 외부와 협약을 통한 사업 추진보다 2015년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롯데비피화학 등에서 신사업 군에 속했던 스페셜티나 소재 사업 등을 다루면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통합 롯데케미칼로 출범한 원년인 올해에는 다르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주력 제품군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하고 협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마련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발현되고 있어서다.
지난 1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경쟁사 한화종합화학으로부터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공급받는 'PTA 업무 협약식'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PTA는 합성섬유 및 PET병의 원재료로 국내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이 연간 약 200만 톤 규모를 생산하면서 40여 년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분야다. 롯데케미칼도 울산 공장에서 연간 60만 톤 가량의 PTA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이번 협약을 통해 지난해부터 5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추진해 왔던 PTA에서 고순도이소프탈산(PIA)로의 설비 전환을 이루게 됐다. 글로벌 1위 수준의 PIA 생산량을 더욱 높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PTA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생긴 공백을 한화종합화학의 PTA 공급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가 보유한 생산 라인의 효율적인 운영 또한 동반되기 때문에 이번 협약은 '윈-윈(Win-Win)'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는 한화종합화학과 업무 협약식에서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에서 경쟁 관계도 언제든 협력 관계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사간의 유연한 생각과 행동이 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케미칼의 이같은 경쟁사와 협업을 통한 기대감은 최근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과거 경쟁사인 현대오일뱅크와 GS에너지와 각각 공동사업자(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했던 합작사의 프로젝트가 순항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으로 설립한 현대케미칼의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 공장(HPC)을 설립하는 약 2조89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23일 서산시 등 지자체와 공장 확장 관련 투자협약이 체결되면서 결실을 앞두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이 40%, 현대오일뱅크가 6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로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가 비정유 부문인 석유화학부문을 강화하고 원유 정제 시 배출되는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설립된 조인트벤처 회사다.
양사는 합작사 설립 단계에서 에틸렌, 프로필렌, 폴리머 등을 생산하는 HPC 프로젝트를 2021년까지 설비투자를 이행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HPC 공정이 완료되면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을 통해 탈황중질유 등 정유 공정 부산물의 공급처를 확보하고, 롯데케미칼은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 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GS에너지와 올해 2월 설립한 롯데GS화학 또한 출범 약 4개월 째 순조롭게 항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GS화학은 현대오일뱅크가 최대주주인 현대케미칼과 달리 롯데케미칼이 최대주주(51%)인 합작사로 지난해 7월 조인트벤처 협약이 진행됐다. 당시 양사는 2023년까지 롯데GS화학에 총 8000억 원을 투자해 롯데케미칼 여수 4공장 내 약 10만㎡ 부지에 투자해 연간 비스페놀A(BPA) 제품 20만 톤, C4유분 21만 톤 생산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협약했다. 수요와 공급의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제품 가격 경쟁력 향상 등을 도모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업종이 다운사이클을 겪고 있고 올초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이다"며 "이런 업황 속에서 경쟁사와 협업은 기존에 강점이 있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측면에서 실보다 득이 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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