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험인줄 알았는데 종신보험…민원건수 ↑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난해 8월, '7년의약속 무배당 KB평생보험'(이하 '7년의약속 평생보험')에 가입했던 보험 소비자 A씨는 최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험설계사의 말에 넘어가 가입했는데 최근 수익보다는 보장에 초점이 맞춰진 종신보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가 저축 효과만 강조했을 뿐 종신보험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축형 상품을 찾고 있던 A씨는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을 해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B씨는 기존에 가입했던 KB생명 '무배당 KB골든라이프 100세연금보험'을 지난달 해지하고, 설계사 추천으로 7년의약속 평생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설계사는 가입 후 2년 뒤부터 5년간 30만 원을 월납하면 2600만 원의 목돈을 가질 수 있다며 B씨를 부추겼다. 은행에 저축통장이 없는 B씨는 목돈 마련을 위해 해당 보험에 가입했으나, 저축형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 7년의약속 평생보험 해지 고민 줄이어…KB생명 종신보험 민원건수 업계 3위
지난해 KB생명이 출시한 7년의약속 평생보험(종신보험)을 두고 가입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면서 저축·연금 목적만 강조한 불완전판매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7년의약속 종신보험은 매월 1500건 이상 판매되는 KB생명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이에 가입자들은 판매 호조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본 KB생명이 불완전판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29일 더팩트 취재 결과 KB생명이 출시한 7년의약속 평생보험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도 7년의약속 평생보험을 해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주력 상품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면서 KB생명의 종신보험 민원건수 역시 23개 생보사 중 3위로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KB생명은 지난해 3월 종신보험인 7년의약속 평생보험을 출시했다. 7년(84회 납입) 경과시점 이후 납입보험료의 100%를 해지환급금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통상 원금을 회복하는 데 20년까지 걸리는 종신보험 대비 해지 환급 시점을 앞당겨 보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확정금리를 적용함으로써 금리변동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했다. 7년의약속 평생보험은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등을 통해 매월 1500건 이상 판매되며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7년의약속 평생보험을 판매하는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확정금리, 비과세, 연금 등 일부만 앞세워 저축형 상품으로 소비자를 오해하게끔 했다는 점이다. 7년의약속 평생보험은 종신보험으로 출시됐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보장해 유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보장성보험이다.
보험사는 종신보험의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해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정액을 적립한다. 통상 이 적립액의 공시이율이 은행상품보다 높다. 7년의약속 평생보험 역시 2.7%의 금리를 보장한다. 다만, 이 같은 이율이 가입자가 납입한 금액 100%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적립한다. 게다가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에 비해 사업비와 위험보험료가 비싸다. 7년의약속 평생보험의 경우 7년 동안 유지하지 못하면 원금을 찾지 못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은행보다 높은 이율과 복리 상품이라는 점만 강조해 저축형 상품을 찾고 있는 보험 소비자들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7년의약속 평생보험이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이라는 점을 이용해 연금 상품으로도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한 후 사망보험금 대신 연금 형태로 적립금을 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순수하게 노후대비를 목적으로 한 연금보험보다는 불리한 경우가 많다. 같은 조건의 연금보험 대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가 높기 때문이다.
◆ KB생명, 높은 판매율 유지하기 위해 불완전판매 논란 외면?
게다가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KB생명에서 한시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하는 상품이라며 보험 소비자들에게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급증하면서 KB생명의 종신보험 민원건수 역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KB생명의 종신보험 보유계약 십만 건 당 환산 민원건수는 지난해 4분기 42.54건, 올해 1분기에는 38.98건으로 생보사 중 세 번째로 높았다. KB생명이 지난해 11월 말 자산 기준 업계 17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규모 대비 민원건수가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KB생명은 전년(148억 원) 대비 8.1% 증가한 16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7년의약속 종신보험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GA를 통해 많은 판매가 이뤄지며 순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부 보험 소비자들은 KB생명이 높은 판매율을 유지하기 위해 불완전판매 논란에도 적절한 조저를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종신보험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거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팔았다가 금융감독원의 철퇴를 맞기도 했으며,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30%에 달해 연금형 종신보험의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시 보장을 주계약으로 하는 보장성보험이므로 저축이나 연금 목적으로는 부적합한 상품"이라며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상품 약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KB생명은 7년의약속 평생보험에 대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종신보험 상품과 비교해서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KB생명 관계자는 "상품안내장에 종신형이라는 점을 명확히 명시했고, 저축이나 연금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일부 보험설계사가 제작해 배포하는 무허가 안내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GA 채널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대리점은 본사에서 관리하는 영역이 아니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대리점에 대한 관리나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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