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단독주택·토지 감사…산정과정 제도 허점 드러나
[더팩트|윤정원 기자] 들쑥날쑥한 공시가격 산정기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의 기준이다.
감사원은 지난 19일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공시된 전국 단독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감사 대상엔 표준부동산(표준지‧표준주택) 가격을 정해 개별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는 토지‧단독주택만 포함됐고 전수조사 방식의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은 제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된 전국 390만채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각 주택이 위치한 개별 토지 공시지가의 산정 근거를 확인한 결과 △토지 고저(높낮이) △형상(모양) △도로 접면 중 하나 이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44만여건(37%)에 달했다. 토지특성 불일치로 동일 토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토지 부분)의 가격배율 격차가 10% 이상 나는 경우도 144만건 가운데 30만건이었다.
전국 단독주택의 약 5.9%인 22만8475가구의 개별주택가격은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공시지가가 개별주택가격보다 2배 이상 높게 역전된 경우도 2419가구에 달했다. 개별공시지가에는 토지 가격만 포함되고, 개별주택가격은 토지·주택 가격을 합산해 산정한다. 주택 가격이 마이너스가 될 수 없는 만큼 개별주택가격이 개별공시지가보다 높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가격 역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자체 내 토지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부서가 달라 동일한 토지인데도 토지용도 등의 토지특성을 각각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감사원은 "동일한 부동산에 적용한 토지특성이 불일치할 경우 개별공시지가가 개별주택가격보다 높은 역전현상을 초래해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감사원은 국토부의 표준부동산 표본 규모(토지 50만 필지, 주택 22만호)가 적다고 지적했다. 토지는 60만~64만 필지, 주택은 23만~25만호로 표본 숫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표준부동산 표준 규모는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지 50만 필지는 2003년 정해진 기준"이라며 "지난 17년 동안 전국의 개별토지 숫자는 크게 늘었는데 표준지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조세와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제도의 수급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최소한 144만 가구가 실제와 다른 '엉터리 세금'을 내거나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 70%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이 빠져있어 해당 대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 산정에서 아예 빠진 곳은 43만여 필지 규모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동주택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이번에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은 단독주택 뿐"이라며 "현재 공동주택은 한국감정원이 산정하고 있는데, 감정원 내 소수 인력의 비자격자들이 전수조사에 나선다. 다세대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은 개별성이 강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점이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독주택의 경우 가격 공시 우편물이 발송되지만 공동주택에는 공지문이 발송되지 않는다"면서 "피해를 입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대중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감정원의 경우 작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초고가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등의 공시가격 널뛰기 논란으로 질책을 받고 있기도 하다. 20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감정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작년 감정원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산출할 때 갤러리아포레와 같은 동 트리마제의 층별 가격 격차를 반영하는 보정률을 넣지 않아 일부 가구가 층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101동 전용면적 170.98㎡ 33가구는 12층부터 최고층인 45층까지 가격 차이 없이 전부 26억 원으로 산정됐다. 트리마제는 104동 전용면적 84.5402㎡ 35가구의 가격이 12층부터 47층까지 전부 14억4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층이 다르면 조망과 일조권 등도 다르기에 가격이 달라야 한다. 한 아파트의 같은 동이라고 해도 로열층인지 아닌지에 따라 수억 원이 좌우된다.
정수연 교수는 "감정원은 공기업이라고는 하지만 49%가 국가 소유, 51%가 민간 소유다. 국가가 산정 근거를 밝히라 할 때는 기업의 사적 비밀이라며 피해가고, 감정평가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투입하라고 하면 자신들이 공공기관이라서 더 낫다고 주장한다"면서 "전문성이 보장된 국가자격증을 가진 인력들이 평가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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