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상생'에 팔 걷어붙인 대기업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업 총수들의 '상생 경영'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회적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때에 따라 고정적으로 그룹 차원의 기부금이나 물품 지원을 넘어 기업에서 '잘 하는' 분야와 연계해 교육, 보건의료 등 사회 전반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더욱 구체화된 기업들의 지원 활동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며 특정 기업 및 브랜드를 넘어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다양한 지원 활동을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곳은 단연 삼성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희망 메시지는 수백억 원 규모의 경제적 지원은 물론 민간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공적마스크 공급 활동에 직접 힘을 싣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더 나아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파트너사, 고객들과 함께 하는 '코로나19 극복 온라인 캠페인' 및 미국 현지 취약 계층과 어린이 교육 지원 활동도 진행형이다.
이 같은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안팎의 관심 역시 상당하다. 관심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전날(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3개월 동안 이 부회장에 대한 연관어 가운데 '코로나19'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뉴스,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12개 채널에서 다뤄진 포스팅의 주요 화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역시 '책임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도로 확산했을 당시 회 차원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공언한 정 수석부회장은 개장도 하지 않은 대규모 연수원 두 곳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등 의료진과 정부 주도의 방역 활동에 힘을 실어 왔다. 최근에는 교육 분야로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코로나19로 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확대하자 그룹 내부에서 임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기술 관련 영상·문서 등의 콘텐츠를 국내 122개 대학, 해외 31개 대학에 제공하기로 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비단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안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국내 반려견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공혈견(供血犬)을 통해서만 전체 수혈용 혈액 90% 이상이 공급되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해부터 2년째 '반려견 헌혈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신 장비를 갖춘 특수 차량을 제작, 오는 10월까지 전국을 돌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통해 성숙한 반려견 헌혈 문화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가치(SV) 창출'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창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SV 창출 정도와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고객의 '착한 소비'와 연계한 SK텔레콤의 '행복크래딧' 등 종류와 방식도 다양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그룹 전 계열사와 더불어 그룹이 육성하는 사회적 기업들까지 지원에 동참한 것 역시 수년째 지속돼 온 최 회장의 'SV 경영'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LG그룹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그룹 자체적으로 'LG의인상'을 제정해 올해까지 모두 121명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전통은 '구광모 체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올해 첫 외국인 'LG의인상' 수상자를 탄생시켰다. 자신이 사는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 씨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한 의인을 선정하는 데 있어 국적은 의미가 없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이번 'LG의인상'은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졌다. 수상 소식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면서 카자흐스탄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 온 알리 씨가 최근 법무부에 체류 기간을 넘겨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이 알져졌다.
이에 알리 씨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고, 법무부는 알리 씨의 화상 치료를 위해 그의 체류자격을 기타(G-1)자격으로 변경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기업의 지원 활동은 기업 총수의 세대교체 이후 그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리더십 없이는 대규모 지원에 나서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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