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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시작도 안했다" 벼랑 끝 몰린 쌍용차…완성차 업계 '진짜' 위기 신호탄

  • 경제 | 2020-04-07 05:00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 9년 만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 벼랑 끝에 몰렸다. /쌍용차 제공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 9년 만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 벼랑 끝에 몰렸다. /쌍용차 제공

車 업계 "외국계 3사, 내수 무너지면 답 없어"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외국계 자본에 의지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쌍용차)가 정상화 9년 만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절벽으로 실적은 연일 뒷걸음질 치고 있는 데다 주요 생산 거점 곳곳이 셧다운 리스크로 가동까지 멈추면서 '이중고'를 격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생존 전략을 차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외국계 브랜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쌍용자동차(쌍용차)의 경우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사실상 지원 철회 결정에 생존 자체에 빨간불이 켜졌고, 그나마 최근 신차 출시로 내수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와 한국지엠 역시 하반기까지 신차효과가 이어질지 지켜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날(6일)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정부에 직접 지원 요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마힌드라 측이 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투입하기로 한 23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 위기 극복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투자 약속 철회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힌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가 대안을 모색하는 동안 사업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 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는 견해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차를 내놓지 못한 쌍용차는 지난달 전체 판매량의 4.5%인 686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쌍용차 제공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차를 내놓지 못한 쌍용차는 지난달 전체 판매량의 4.5%인 686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쌍용차 제공

회사 수장의 의지에도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관한 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유동성 확보와 직결된 판매량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가 발표한 지난 3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내수 전체 판매량은 15만1025대다.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9.21% 늘어난 수치지만, 업체별 성적을 비교해보면 희비가 뚜렷하다. 현대차(7만2180대)와 기아차(5만1008대) 양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1%를 차지했다.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차를 내놓지 못한 쌍용차는 지난달 전체 판매량의 4.5%인 686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선전은 업체 구분 없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달 해외 판매 실적은 모두 44만68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는 지난달 해외 시장에서 전년 대비 두자릿수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더팩트 DB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는 지난달 해외 시장에서 전년 대비 두자릿수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더팩트 DB

문제는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마힌드라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단기운영자금 400억 원은 쌍용차 연간 인건비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차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쌍용차가 출시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코란도'의 경우 회사 측이 프로젝트명 'C300'으로 개발에 착수한 이후 4년여 동안 들인 개발비만 3500억 원이다. 1년에 875억 원이 투자된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는 생산 차종 라인업이 SUV에 한정돼 있는 데다 무엇보다 신차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 비용을 확보할 여력조차 없다"라며 "애초 마힌드라 측에 요청한 자금이 수혈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상품성을 갖춘 2~3개 차종을 개발하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힌드라의 경우 지역 로컬제작사로 기술력에서 쌍용차와 비교해 두 단계 이상 낮다. 모기업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판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며 "위탁생산으로 눈을 돌리려 해도 국내 완성차 시장의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비용절감과 같은 자생적 노력만으로는 사실상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지난달 신형 소형 SUV 모델의 선전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내수 판매량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각사 제공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지난달 신형 소형 SUV 모델의 선전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내수 판매량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각사 제공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등 나머지 외국계 브랜드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양사가 내수 시장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각각 8%(1만2012대), 6%(8965대)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달 출시한 소형 SUV 'XM3'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수준인 5581대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고, 한국지엠 역시 최근 출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전체의 약 35%(3187대)를 차지했다.

양사 모두 신차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출시를 예고한 신차는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모두 신차들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버텼지만, 소형 모델의 경우 중형급 이상 모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거둔 실적이 회사 자금 상황에 직접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내 출시 또는 출시 예정인 신차만 하더라도 중형 SUV '쏘렌토'와 제네시스 'G80', 준중형 세단 '아반떼' 등 3종이고, 부분변경 모델까지 더하면 연내 신차 개수는 더 늘어난다"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세그먼트별 특정 업체 모델의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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