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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곤두박질' 車 업계 신차도 소용없다 "2월은 시작에 불과"

  • 경제 | 2020-03-03 00:00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 2월 한 달 동안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1.7% 줄어든 8만1722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 2월 한 달 동안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1.7% 줄어든 8만1722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제공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 완성차 업계 '불안' 넘어 '공포'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격인 현대기아자동차는 초유의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했고,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한 수요 위축으로 회사마다 말 그대로 지난달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일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국내 3만9290대, 해외 23만5734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27만5044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4%가 줄었고, 해외 시장에서는 10.2% 줄어든 수치다. 특히,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4만 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3만5950대를 기록한 지난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기아자동차(기아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 2만8681대, 해외 15만9163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18만7844대를 판매했다. 국내는 13.7%, 해외는 3.2% 줄었다. 내수 판매의 경우 2만5184대를 기록한 바 있던 지난 2009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때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양사 모두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과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을 꼽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생산 차질과 판매 수요 위축, 중국 시장 부진 등 대내외 요인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3사(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쌍용차는 같은 기간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2.7% 줄어든 5100대(전년 동기 대비 32.7%↓)를 팔았고, 르노삼성은 21.0% 줄어든 367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선방한 한국지엠이 4978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3사 모두 내수 시장에서 전체 라인업을 모두 합쳐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한 모델의 판매량(7550대, 하이브리드 모델 842대 포함)에도 못 미치는 기록을 거둔 셈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을 모두 더하면 8만1722대다. 이는 전년 동기(10만4307대) 대비 21.7% 줄어든 수치이자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09년 1월(7만3537대)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각사 제공, 더팩트 DB
완성차 업계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각사 제공, 더팩트 DB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황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코로나 안전지대'로 꼽혀왔던 북미 시장에서도 최근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 감염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언제든지 수요 위축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셧다운' 공포 역시 부담이다.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등 중국산 부품 공급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전선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도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이중고까지 더해질 경우 지난달 못지않은 생산차질이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갑게 식어버린 소비 심리도 걱정거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70%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 수요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로 143만 원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요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중형차 기준으로 평균 3000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은 제조사 및 차량별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대차의 경우 '효자' 노릇을 해왔던 '그랜저'마저 전년 동기 대비 2.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출시, 2개월 연속 '신차효과'로 실적을 견인해 온 중형 세단 신형 'K5'가 출시 석 달 만에 판매량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K5'의 경우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월 대비 46.0% 줄어든 4349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차 처한 위기 상황은 매우 심각한 단계에 다다랐다"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부품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은 경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들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뿐만 아니라 국내 협력사에서 만드는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생산 차질까지 더해질 경우 제조사들의 실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차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불확실성이 얼마만큼 확대, 확산하는지에 따라 그 여파가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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