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에만 유통업계 휴점 선언 5곳 "코로나19 여파 6개월간 지속될 것"
[더팩트|한예주 기자] 코로나19가 전국 단위로 확산하면서 유통·여행·항공업계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확진자가 다녀간 오프라인 매장들은 임시 휴점에 나섰고, 여기에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자 업계 전반으로 공포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식품관이 전날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확진자는 지난 19일 오후 2시쯤 남편과 함께 식품관을 방문해 푸드코트에서 1시간가량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 확진자는 16일 남편과 함께 대구 신천지 교회를 방문했고 21일 부천시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확진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식품관 외 다른 곳은 방문하지 않아 방문 구역만 휴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게 확인되면서 하루 매출 57억 원이 넘는 강남점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소식에 지난 23일 하루 휴점에 들어갔다. 영등포점은 당초 이날 하루 방역작업을 실시한 후 24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상황을 지켜본 뒤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과천점 역시 지난 23일 휴업했다. 신천지 교회와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을 고려해 과천시가 임시 휴점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건 벌써 6번째다.
청정지역이었던 강원도마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강원랜드 카지노도 23일 하루 문을 닫았다.
이랜드리테일도 선제 조치 차원에서 대구·경북권에서 운영 중인 동아백화점과 NC아울렛 일부 지점의 휴점을 결정했다. 동아백화점 구미·수성·본·강북점과 NC아울렛 엑스코·경산점은 24일 하루 문을 닫고 방역을 한 뒤 25일부터 영업에 나선다.
이밖에 롯데마트 전주송천점과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지난 21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마트 청주 상당점과 대전 노은점은 지난 22일부터 휴점 중이다. 모두 이날 다시 문을 연다.
현재 유통업계는 한 번 휴점한 매장을 또다시 휴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언제 확진자가 매장을 방문할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휴점으로 인한 피해도 문제지만 소비 심리 위축은 더 심각하다. 이달 초 코로나19 공포가 절정일 때 백화점이나 마트에 고객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최대 절반가량 하락했다.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영세업자의 타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3~19일 1079명의 소상공인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지난주 대비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는 비율이 47.4%, 30~50% 감소했다는 응답 비중도 28.7%였다. 전체 80%에 가까운 상인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13~20일 9424건의 소상공인 자금 신청이 접수됐다. 이들의 자금 신청 금액은 4896억 원이다. 이 기간 소상공인들의 자금지원 접수는 매일 1400~1800건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여행업계에선 줄도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1~3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까지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주3일제, 유급휴직 등 자구책을 실시하는 중이다. 자유투어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항공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코로나19로 항공권 예약 취소·환불이 급증하면서 최근 3주간 항공사 환불 금액이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파가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비슷하게 6개월가량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당시 발생 직후인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1년 전보다 각각 12%, 10% 하락했다. 이후 2~3개월간 매출이 6% 감소하다, 4~5개월 후 회복세를 보였다.
사스 때도 발생 후 6개월간 업종 악화와 회복이 진행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당시 회복 기간이 길었던 업종은 호텔·레저, 유통, 섬유·의복, 화장품 순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온라인 쇼핑 말고는 모든 업종이 생존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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