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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내 몸은 하나에요" 홈플러스 노조 '통합부서 운영'에 반발

  • 경제 | 2020-02-21 17:59
홈플러스 직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 모여 사측의 '통합부서 운영' 조치에 반대했다. /종로=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직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 모여 사측의 '통합부서 운영' 조치에 반대했다. /종로=이민주 기자

노조 "인력돌려막기 중단하라" vs 홈플러스 "구조조정 아냐"

[더팩트|종로=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직원들이 광화문에 모여 사측의 '통합부서 운영' 조치에 반발했다. 통합부서는 직원의 전담업무를 계산이나 물류 등으로 두지 않고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 노조)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MBK파트너스(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몰락의 주범, 투기자본 기업사냥꾼 MBK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MBK는 사모펀드(PEF)로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홈플러스 노조가 사측에 반발해 거리로 나선 것은 이주 들어 벌써 두 번째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18일 본사 앞에 모여 정기인사를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번보다 시위 규모도 커졌다. 이번 시위에는 홈플러스 노조와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제전배(전환배치) 피해자 2인이 참여했다. 30명가량의 시위자가 '기업사냥꾼 MBK', '김병주 OUT. 임일순 OUT'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날은 '통합부서 운영은 명백한 구조조정', '노동자 다 죽이는 임일순은 사퇴하라', '1조 원 투자약속 안지키고 구조조정에 혈안이 된 MBK 규탄한다' 등의 대형 현수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MBK 본사 건물 앞에서 "매장팔고 배당금 빼가고 홈플러스 죽이는 MBK 규탄한다", "노동자는 희생양이 아니다. MBK 배불리는 구조조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홈플러스 노조는 전담업무를 두지 않고 유동적으로 업무를 조정하는 '통합부서 운영'이 인력 돌려막기라고 주장했다.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홈플러스 노조는 전담업무를 두지 않고 유동적으로 업무를 조정하는 '통합부서 운영'이 인력 돌려막기라고 주장했다.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통합부서 운영은 동종업계에서도 실패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종로=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노조는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통합부서 운영'을 '인력 돌려막기'라고 지적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전국 30개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통합부서 운영을 오는 27일부터 전국 매장(140개)으로 확대한다. 통합부서 운영이 시작되면 직원들은 캐셔(계산대 직원), 온라인 물류, 배송 물류 등 전담 업무를 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여러 업무를 하게 된다.

이날 만난 한 시위자는 "전에는 내가 캐셔로 취직을 했으면 하루 8시간 계산 업무만 봤다. 그러나 통합부서 운영을 실시하면서 아침에 갑자기 온라인(배송) 쪽 인력이 부족하다고 오전 2시간은 온라인 물류 쪽에서 짐을 나르게 한다"며 "그러다 또 진열할 사람이 없으면 갑자기 오후에 상품 진열을 시킨다.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사측이 적은 인력에 다양한 업무를 맡기는 방식을 도입해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봤다.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있다.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지휘해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으로 직원 4000명이 줄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강제전배와 인력 돌려막기, 동종업계에서도 실패한 통합부서 운영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근무 조건은 나빠지고 노동강도는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2만 명의 직원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일하고 있다"며 "이런 홈플러스의 몰락은 MBK가 감독하고 있고 주연은 임일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다. 홈플러스는 사냥을 멈추고 직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도 "마트 산업이 어려워지자 다른 유통회사들은 변하는 현실을 반영해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홈플러스와 MBK는 대책 없이 책임지지 못할 방식을 내놓고 있다"며 "그 방식은 직원을 강제전배시키고 내쫓는 방식이다. 홈플러스 경영자들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들을 쫓아낼 자격이 없다. 모든 조치를 원상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사는 일반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뿐이지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종로=이민주 기자
반면 홈플러스 측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사는 일반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뿐이지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종로=이민주 기자

반면 홈플러스 측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직원을 점포에서 점포로 옮기거나 업무부서를 변경하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인사(순환배치)라며 노조가 이를 구조조정으로 둔갑 시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부서 변경과 같은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특정 점포에서 근무했던 직원을 이동시킨다고 이에 반발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자사는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진행한 바 없다"고 말했다.

노조가 근거 없는 비난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측은 매년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앞두면 경영진과 주주사를 향해 늘 동일한 내용의 비난을 쏟아낸다"며 "안타깝다. 노조 측이 이번에 문제 삼은 부분들은 주주변경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반복해왔던 근거 없고 해묵은 비난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하필 이 시점에 집회를 진행하는지 의문"이라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때 행인이 붐비는 광화문·종로 한복판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는다. 자사는 코로나19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행사 관련 지침을 내렸으나 노조는 지속적으로 단체행사를 열고 있다.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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