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건설 확산 필요" 목소리…고령화 해소·생산성 향상·공기 단축 효과 커
[더팩트|윤정원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우한에 응급전문 병원이 '모듈러 공법'으로 10일 만에 '뚝딱' 지어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우한 내 훠선산(火神山) 병원이 환자를 처음 맞이했고, 오늘(6일)은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이 문을 연다. 두 병원은 각각 1000개, 1300개 병상 규모다. 두 곳은 급증하는 우한 폐렴 환자들을 수용·격리하기 위해 각각 지난달 23일과 26일 건설에 돌입해 열흘 만에 완공됐다.
이들 응급 병원이 순식간에 완공될 수 있었던 것은 '모듈러 공법' 덕분이다. 모듈러 건설은 공장에서 제작한 패널, 블록형 구조체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장 투입인력의 감축, 생산성 향상, 공기 단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제된 공장에서 부재를 생산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상·기후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현장시공과의 병행을 통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맥킨지 컴퍼니(McKinsey&Company)의 아파트 건축공사 사례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듈러 건설 방식의 적용으로 공사 기간을 20~50%까지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희대 부연구위원은 "모듈러 건설은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 조달과정 혁신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이지만, 우리 건설산업이 직면한 숙련기술자 고령화, 청년유입 감소, 생산성 침체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와 영국의 경우,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모듈러 건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모듈러 전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건설산업 구조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모듈러 분야를 육성 중이다. 싱가포르는 2020년까지 공공공사의 40%를 모듈러로 조달하는 한편, 관련 전문인력 3만5000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신속한 주택건설 및 인프라 공급을 위해 모듈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건설기업들의 모듈러 전환을 위해 주택건설기금을 활용 중이며, 모듈러 기술개발 투자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모듈러 건설 확산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기존의 건설 보증체계, 조달 방식, 비즈니스 모델의 개선 또한 추진 중이다.
모듈러 건설이 건설 생산 프로세스를 변화시키면서 해외에서는 기획·설계·구매·시공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따라 영역을 확장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기반의 글로벌 호텔 체인 'Citizen M'은 신규 호텔 건설에 소요되는 공사 기간의 단축 및 공사비 절감, 현장점검 및 유지보수 효율화를 위해 모듈러 건설방법을 채택했다. 모든 공급사슬을 디지털화해 조달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폴란드의 호텔 모듈러 전문기업인 Polcom Group은 발주자 맞춤형 호텔 모듈의 제작과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프리콘(Pre-Con)과 파이낸싱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의 Katerra, FullStack Modular 등은 주택 건설에 필요한 모듈의 설계, 자재 생산, 모듈 제작, 시공의 모든 가치사슬을 수직계열화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 주도로 모듈러 공동주택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LH는 올해 모듈러 공동주택을 최대 1000가구 공급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간 부문을 포함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설계 기준 및 발주 방식 등 제반 여건의 개선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서 모듈러 건설은 블록형 구조체를 활용한 공동 주택 부문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산업의 모듈러 전환을 위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술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기준의 개선과 함께 스마트 건설이 가능한 산업의 생태계 구축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과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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