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부동산 정책 예고…효과는 '글쎄'
[더팩트|윤정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강력한 규제책 등장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문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전쟁'이라는 표현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한 이후로 대통령이 이 단어를 사용한 건 처음이다. 정부가 또다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앞서도 부동산 과열양상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부동산 안정화를 이루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라며 "건설경기만큼 고용 효과가 크고 단기간에 경기를 살리는 분야가 없으니 건설로 경기를 좋게 하려는 유혹을 받는데, 우리 정부는 성장률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어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고가 주택,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보다 강력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 반드시 자격을 잡겠다"면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는 언급도 보탰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규제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에 퍼진 집값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 한 달 후 시장의 예상대로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등장했다. 지난달 16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세청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세금과 대출 및 청약 규제를 총망라한 강력 규제책이었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였다.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9억 원 초과 주택 구입 시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주택 보유 부담을 높였으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또한 확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책은 잠시나마 매매가 상승가도를 멈춰 세웠을 뿐 전세시장에는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12‧16 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아파트를 구매하려던 예비 매수자들은 전세살이로 돌아서면서 전세가는 폭등했다. 대책 발표 일주일 후인 지난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0.23% 올랐다. 전주(0.18%)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추가 규제책 발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총선 전 12‧16 부동산 대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등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우선 기존 대책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과거보다 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주택거래허가제 수준의 강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실거래가 조사, 자금출처 조사, 세무조사 등 압박 강도를 전방위적으로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보유와 거래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더 늘려 수요를 제한하는 대책을 검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시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점쳐지며,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에 위헌 소지 등으로 철회된 주택 거래 허가제까지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18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온 시점.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이미 시장에는 내성이 생겨서 부동산이 안정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산불을 급히 끄려하지 말고 차라리 놔둔 뒤 민둥산이 되면 다시 시장을 재정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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