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vs 핀테크, 무한 경쟁 돌입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올해 하반기 은행권에서 큰 화두로 자리한 것은 '오픈뱅킹'이었다. 그동안 은행권은 폐쇄적인 결제 및 데이터 인프라로 금융산업 혁신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오픈뱅킹 도입으로 금융산업의 벽을 허물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뱅킹이란 핀테크 기업이나 은행들이 표준 방식으로 모든 은행의 자금 이체나 조회 기능을 자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는 은행 앱 하나만으로도 모든 은행 계좌 △입·출금 이체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 △계좌 실명 △송금인정보 등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월부터 금융위원회는 금융 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 10월 30일 오픈뱅킹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오픈뱅킹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부터 시범 운영 일주일 만에 총 이용 건수는 1215만 건(평균 174만 건)을 기록했으며 이중 △조회 894만 건 △출금이체 22만 건 △기타 API(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이용 299만 건으로 확인됐다. 또한 시범 운영 동안에는 총 315만 명이 가입했으며, 773만 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성공적인 시범 운영 끝에 지난 18일, 오픈뱅킹은 전면 시행에 돌입했다. 전면 시행에 따라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 결제망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16개 시중 은행, 31개 핀테크 기업 등 총 47개 기관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이후에도 핀테크 기업이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오픈뱅킹의 공식 출범으로 인해 시범 실시 중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은행 간 경쟁이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은행들은 우대금리 상품, 납부기일·자산관리 등 새로운 특화 서비스를 내놓았다. 비상금 계좌를 숨길 수 있는 온·오프 기능과, 다른 은행에 퍼져있는 돈을 한 계좌로 모으는 기능도 선보였다.
핀테크 기업들의 경우 기존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던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이 1/10 수준으로 절감되어 무료송금 건수 확대 등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핀테크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이용협약을 거쳐야 했고 정보 이용 수수료도 높았지만 좀 더 편하게 금융 정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도 제공 가능해진다.
토스·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은 보안 점검 등을 끝낸 뒤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오픈뱅킹 서비스에 제2 금융권 참여도 추진하고 있어 '모바일 금융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계좌조회 및 이체 서비스 외에도 대출 조회 등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활발한 금융거래로 이어지게 되어 은행들에게 수익 증대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은행 등의 고객을 유치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반대로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즉, '고객 유치'라는 고민거리가 던져진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들이 가세한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단순히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하는 수준으로는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산관리 등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보안 문제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금융 결제망이 열리면서 개인의 금융정보가 노출되기도 쉬워졌다. 특히 중소 핀테크 업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보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만약 핀테크 앱에서 A은행의 계좌를 통해 B은행으로 송금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문제가 생겼다면 다양한 원인에 기반한 만큼 책임을 서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와 달리 보안시스템 점검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핀테크 기업의 보안시스템이 신뢰할만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의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할 시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핀테크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안시스템 점검을 적게 받아왔다. 기존 금융회사보다는 보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보 보안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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