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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살려라" 현대백 정지선式 '규모의 경제' 통할까

  • 경제 | 2019-12-03 00:00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정지선 그룹 회장의 전략을 이어받아 호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그랜드 오픈 행사 당시 정지선 그룹 회장이 테이프커팅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정지선 그룹 회장의 전략을 이어받아 호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그랜드 오픈 행사 당시 정지선 그룹 회장이 테이프커팅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강북-강남 면세벨트 확보로 2020년 1조 매출 달성 '초읽기'

[더팩트|한예주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면세점 운영 1년여 만에 두 번째 사업장을 따내는 등 본격적인 영역 넓히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 번에 크게 시작하기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갖추고, 가능성이 보이면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정지선식 규모의 경제'가 면세점업계 불황 속 실적 타개책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특허운영권을 확보한 동대문 투타면세점 운영 플랜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신규 특허권을 따냈다. 영업 부진으로 특허가 반납된 두산면세점(동대문 두타 건물 두타면세점) 자리에 현대백화점면세점 2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개점하며 면세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2015년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2016년 말 그룹의 숙원사업인 면세사업권을 따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개점 시기를 두 번이나 미룬 후, 특허 취득 2년 만인 지난해 11월 첫 면세점을 열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먼저 자리를 잡은 '면세점 강남대전'에 뛰어들며 패기를 드러낸 것이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과 신라면세점 장충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명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권 위주의 면세 시장에서 강남을 먼저 선택했다는 점도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1호점 영업 1년 만에 2호점 특허권을 따내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2020년 매출 목표인 1조 원 달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중이다.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사진. /현대백화점면세점 제공
현대백화점면세점이 1호점 영업 1년 만에 2호점 특허권을 따내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2020년 매출 목표인 1조 원 달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중이다.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사진. /현대백화점면세점 제공

무엇보다 정지선 회장이 취임 후 15년 만에 도전하는 신사업이라는 상징성은 업계의 이목이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사업 진출에 향하게 만들었다. 정 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 내실 경영을 다지기 위해 백화점 신규 매장,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 채널을 넓히지 않는 등 신중한 경영 능력을 보인 바 있다.

평소 대외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개장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면서 힘을 싣는 등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와 애정이 특별하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야심차게 시작한 면세점 사업 성적표는 투자 원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쉽다는 평가다. 급격히 늘어난 면세점 업체 간 출혈경쟁과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송객수수료 등의 영향으로 무역센터점은 지난해 418억 원, 올 3분기 누적 6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식 규모의 경제'가 실적에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정 회장은 안정적인 투자 규모로 사업을 시작한 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금액을 늘려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패션 사업은 2012년 한섬 인수로 발을 담근 뒤 사업이 잘 풀리자 2017년 3월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추가로 사들여 현재 국내 패션업계 '빅4'까지 성장을 도모했다. 리빙·인테리어 사업 역시 2012년 리바트 인수로 가구 사업에 진출한 후, 매출이 계속 늘자 작년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소노마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면세점 사업은 '빅3'(롯데·신라·신세계) 사이에서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한편, 매장수를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두타면세점 인수를 필두로 강북 면세점 사업을 키워 성과를 낼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두산면세점 연매출이 7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강남 무역센터점 매출을 합하면 구매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점포가 하나지만 두 개로 늘어나는 만큼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수익성 개선 및 영업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는 7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할 예정이고, 2020년 매출 목표인 1조 원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안정적으로 사세 확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다. 출점관리가 까다로운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을 아직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면세점 '빅3'와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명품 3사는 면세점 1년차는 들여오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빠르면 내달부터 시작될 인천공항 제1터미널(T1) 입찰에도 참여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점치는 중이다. 대기업 대상으로 나온 5개 구역의 연매출만 1조 원이 넘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시내면세점에 이어 공격적 베팅을 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공고가 나와야 알 것 같다"며 "현재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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