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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CEO성과③] '오너 3세' 이우현 OCI 부회장, '악전고투' 불황 버티기

  • 경제 | 2019-12-02 06:00
오너 3세 이우현 OCI 부회장은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돋보였으나 업황이 꺾이자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더팩트 DB
오너 3세 이우현 OCI 부회장은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돋보였으나 업황이 꺾이자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더팩트 DB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다운사이클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으로 주력 제품의 스프레드가 둔화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까닭인데요.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올해 석유화학업계는 그간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던 신사업들이 하나둘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이기도 했는데요.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체 CEO들의 리더십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적자생존입니다. 각 자의 방법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 CEO의 올 한해 성과를 다뤄봅니다. <편집자 주>

폴리실리콘 사업 발굴해 성과냈지만 불황에 다시 적자 '늪'…시장 비관론 이겨내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기대와 비관이 공존한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미국 유학파에 금융인 출신의 다양한 경험과 국내 유일하다시피한 석유화학업계 오너경영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회사를 이끌기 시작하자마자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돋보였으나 업황이 꺾이자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6년 간 유지했던 사장 명함을 올해 부회장으로 바꾸며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변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비관적인 시장 평가를 이겨내는 게 급선무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OCI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회림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고 이수영 전 회장의 장남으로 화학인의 피를 이어받은 오너 3세 경영인이다. 서울 홍대부고와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으며 차근차근 경영인의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우현 부회장은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그는 석사모를 쓴 뒤 재계 내 다른 오너3세처럼 곧바로 가업을 이어받는 경영수업에 돌입하지 않고 현지 금융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미국 인터내셔널로머티리얼, BT올펜손, 홍콩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10년 여 경력을 쌓았다.

금융회사에 다니며 기른 재무적 능력에 기반한 실무감각은 적자에 허덕이던 OCI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2005년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한 이우현 부회장은 선친을 도와 OCI를 화학전문 기업에서 태양광 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일조했다.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치중하고자 OCI케미칼, OCI머터리얼즈를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신규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OCI가 2016년부터 흑자전환되며 일부 사업을 매각을 하면서까지 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무리가 아니냐는 일부 시장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OCI가 2017년 일본 도쿠야마사로부터 인수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전경. /OCI 제공

◆ 3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극복 가능할까

그러나 악재가 발생했다. 그를 '마이더스의 손'으로 만들어줬던 폴리실리콘 시장이 지난해부터 불황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꺾인 업황은 세계 3위 폴리실리콘 회사인 OCI의 부진으로 이어졌으며 OCI 전체 매출 가운데 40% 가량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사업 비중에 따라 회사 전체 수익성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OCI는 2016년 태양광 사업에서 성과를 따내며 흑자전환된 후 지난해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OCI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1121억 원, 영업이익은 1587억 원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으로 업황이 꺾이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OCI는 2018년 4분기에 매출 7044억 원, 영업손실 432억 원을 냈다.

OCI의 적자는 올해 3분기까지 이어졌다. OCI는 2019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564억을 냈고 3분기 누적으로는 1164억 원의 적자로 이어졌다. 폴리실리콘 원가 하락이 원인이다. 이우현 부회장과 OCI를 흥하게 했던 태양광 사업이 역설적이게도 발목을 잡은 꼴이다.

시장 평가도 뒤집어졌다. 지난해 2분기 16만~17만 원 선을 유지했던 OCI 주가는 올해 11월 6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주력 사업 악화에 실적이 휘청대자 냉혹한 시장 평가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우현 OCI 부회장이 올해 3월 서울 중구 소공동 OCI 본사에서 열린 제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OCI의 지난해 주요 경영 현황과 올해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이우현 OCI 부회장이 올해 3월 서울 중구 소공동 OCI 본사에서 열린 제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OCI의 지난해 주요 경영 현황과 올해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그럼에도 이우현 부회장의 '뚝심'은 여전하다. 2017년 부친 별세 이후 공석이던 회장 자리에 전문경영인인 백우석 OCI 당시 부회장을 앉히고 OCI 태양광 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사장 등을 지냈던 김택중 사장을 본사로 데려왔다. 본인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만 직함을 바꾸며 3인 각자대표 체재를 구축했다. 최근 부진한 경영 성과를 책임지고 전문경영인 체재에서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3자 대표체재를 선포한 올해 3월 제 45기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도 늘 그랬듯이 본인이 직접 연사로 등장해 주주 앞에서 사업 성과와 전망을 발표했다. 주총 후 기자와 만난 이우현 부회장은 "제조업하기 힘든 시기"라며 푸념하기도 했지만 불황을 정공법으로 타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신사업에 대한 가능성 등에 대해 자신있는 어조로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우현 부회장의 불황 타파 전략으로 또다시 신사업 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OCI는 지난해 7월 제약사 부광약품과 지분 5대 5로 합작사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다. 당시 2억5000만 원 가량을 투자하며 바이오 시장을 노크하더니 이어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 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전문 투자 자회사인 OCI바이오인베스트먼트 등을 만들어 미국 에이디셋바이오, 이스라엘 뉴클레익스 지분 등을 사들이는 데도 총 100억 원 가량을 사용했다.

OCI가 2017년 일본 도쿠야마사로부터 인수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전경. /OCI 제공
OCI가 2017년 일본 도쿠야마사로부터 인수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전경. /OCI 제공

도시개발 사업도 새로운 반전 카드로 꼽힌다. OCI 전신인 동양제철화학 공장 터가 위치한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지구 내 154만6747㎡(46만7000평)을 개발해 부대시설을 짓는 도시개발사업이 15년 만에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OCI는 지난달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2020년 상반기 안에 착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동양제철화학 부지의 실소유주가 OCI 도시개발사업 자회사인 DCRE이고 2013년에 50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물었던 것도 4년 반 동안 소송을 통해 승소하며 돌려받아 업 리스크를 없앤 상황이라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공사 진척도에 따라 분양수익 등이 발생하면 향후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2011년 호황기 때 1kg당 100달러를 넘었으나 올해는 1kg 당 7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사실상 주력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다만 회사 부채비율은 100% 이하를 유지하고 있고 과거 불황을 이겨내며 흑자전환한 경험 등이 체력전으로 버틸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향후 태양광 업황이 개선세를 보이거나 신사업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반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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