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합작사에 밀려 올해 목표수주액 멀어져 4분기 실적도 '흔들'
[더팩트|이진하 기자] 삼성중공업이 공들여온 1조7000억 원 규모의 호주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는데 실패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 업체의 합작사에게 밀려서다. 해외 조선사들이 합작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미쓰해양개발(MODEC)이 '바로사 프로젝트'에 투입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당초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5월 미국 정유사 코노코필립스와 바로사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일본 미쓰해양개발이 중국과 손을 잡으며, 값싼 인건비로 초기 발주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에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대형 수주에 실패하며 하반기까지 목표 수주를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로사 프로젝트는 호주 북서부 연안에 있는 해상 가스전 개발 사업으로 FPSO 사업 규모만 15억 달러(약 1조7300억 원)이다. 미쓰해양개발이 수주한 이번 사업은 구축 공사·시험까지 모두 총괄하는 턴키 방식이다. 미쓰해양개발이 FPSO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고 건조는 중국 다렌조선이 맡는다.
앞서 미쓰해양개발은 중국 조선사와 협력 강화를 위해 기술 전수를 약속하고, 금융지원 합작사까지 설립했다. FPSO뿐만 아니라 LNG선 분야 합작사 '양쯔미쓰이조선(YAMIC)를 지난 8월에 설립했다. 이로써 한국의 LNG선 분야를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일본과 중국의 합작은 사실상 처음이지만,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글로벌 경쟁력에서 내림세를 보이는 일본 조선업계가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3사를 포함해 글로벌 기업들이 각자 잘하는 영역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본해양사와 중국해양사의 합작은 다른 업체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 기업과 싱가포르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자랑해 제작과 조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양 플랜트 사업이 지난 2014년 이후로 거의 없는 상황이라 대형 수주가 있는 경우 글로벌 기업들이 수주전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기 마련"이라며 "발주하는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크기 때문에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력이 앞서고 있지만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격차가 2014년 3.6년에서 지난해 3.4년으로 좁혀졌다.
한국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원구원은 "중국이 아직까지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기술이 부족한 중국기업이 일본 기업과 합작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나라의 합작에 밀리지 않도록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친환경 선박 등의 기술력을 확보해 기술 주도권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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