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파는 금융사부터 통장 발급하는 포털회사까지
[더팩트|이지선 기자] 금융사와 ICT회사 간 '합종연횡'이 다양화되고 있다. 단순한 협업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부터 아예 합작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와 함께 이동통신사업 서비스를 이날(4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알뜰폰 서비스 리브 모바일(Liiv M, 리브 엠)로 금융상품과 결합하면 기존 통신 3사보다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유심칩에 모바일인증서를 탑재해 금융 상품 이용에도 어려움이 없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통신 분야 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요금제를 제공하고 콘텐츠 결합 혜택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역시 유심칩에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개인 식별 기능을 탑재해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IT 공룡'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13일 신한은행은 네이버와 인공지능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가 최근 '네이버 페이'를 네이버 파이낸셜로 분사하면서 금융업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협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네이버는 파이낸셜 분사 이후 금융사의 통장을 대신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가장 전통적인 금융기관으로 평가받던 은행들이 IT 회사들과 손을 잡는 이유는 금융회사들이 좋은 금융상품을 내놓는 것만큼 고객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과 IT, 두 업종 간의 수요도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최근 고객들이 모바일을 통해 대부분의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 핀테크 회사들의 금융 앱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IT 회사의 입장에서는 금융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미에 맞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간편송금이나 간편결제가 활성화되면서 결제 데이터 수집 방법도 더욱 다양해진 만큼 금융사와의 협업으로 기술과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상반기 전자 지급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자 금융업자, 즉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앱을 통해 간편송금을 이용한 금액은 200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60.7%나 증가한 금액이다.
핀테크 앱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금융거래 자체를 모바일로만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1억 명을 넘어섰고, 모바일뱅킹 이용 실적을 하루 평균 7462만 건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금융거래는 모두 손바닥 위에서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은행의 경쟁자가 다른 은행이나 금융사가 아닌 정보통신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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