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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법선고] 삼성 이례적 입장문, 재계 "내부 위기 심각 수준"

  • 경제 | 2019-08-29 16:38
삼성전자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삼성 3년여 만에 공식 입장 밝힌 이유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립니다."(삼성전자 입장문 中)

삼성전자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은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면서도 안팎에 산재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삼성은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수면에 오른 이후 3년여 동안 이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을 비롯해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삼성의 이례적인 행보와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사정 당국의 수사 칼끝이 이 부회장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경영진이 여론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돼 리더십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에 대해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년째 지속한 법정공방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압수수색으로 삼성이 느끼는 피로도는 제대로 된 경영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2월을 기점으로 사정 당국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벌인 압수수색 횟수는 19차례 달한다.
지난해 2월을 기점으로 사정 당국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벌인 압수수색 횟수는 19차례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사정 당국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벌인 압수수색 횟수는 19차례 달한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전기계열사의 사업을 지원·조율하는 사업지원테스크포스(TF) 역시 사실상 그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삼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반도체 불황으로 올해 실적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데다 악화,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 갈등 격화 등이 줄줄이 겹치며 말 그대로 '퍼펙트스톰'을 맞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후 이 부회장이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경기도 평택사업장, 광주사업장 등을 직접 찾아 회의를 주재하는 등 현장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대법원판결로 '총수 리더십' 효과가 상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중대 사안을 앞두고 '직언'에 인색했던 삼성이 파기환송 결정 직후에 회사 차원으로 견해를 밝힌 것만 보더라도 삼성 내부 분위기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며 "자칫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과 더불어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삼성 측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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