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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불매운동 한 달] 판매 두 자릿수 '뚝'…업계 "생각보다 타격 클 수도"

  • 경제 | 2019-08-04 00:00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파가 완성차 업계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난달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진행한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부서진 렉서스 차량의 모습 /신지훈 기자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파가 완성차 업계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난달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진행한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부서진 렉서스 차량의 모습 /신지훈 기자

'나홀로 승승장구' 일본차 호황기 불매운동에 찬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일본차 업계의 주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본의 수입 규제 조치로 촉발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파가 완성차 업계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일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반일감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어 수입차 시장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리던 일본차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짙은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 실적은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지난달을 기점으로 큰 폭의 내림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신규등록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9.5% 늘어난 2만3850대가 판매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수치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계 브랜드의 판매량이 8만9040대에서 5만8632대로 34.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 역시 15만5423대에서 12만2611대로 21.1%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일본계 브랜드의 실적 증가세의 배경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력과 다양한 라인업을 꼽는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 효율성을 갖춘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기차의 경우 아직 충전 인프라 확충과 같은 외부적인 장벽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미 기술력과 실용성이 검증된 만큼 국내외 브랜드를 막론하고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상용화에 한발 앞선 일본계 브랜드의 경우 세단부터 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 일본차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 대비 32.2% 줄어든 2679대로 집계됐다. /각사 제공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 일본차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 대비 32.2% 줄어든 2679대로 집계됐다. /각사 제공

그러나 일본계 브랜드의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달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 일본차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 대비 32.2% 줄어든 2679대다. 특히, 토요타의 주력 차종인 중형 세단 '캠리'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무려 45.2% 줄었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13.6%로 6.4%P 줄었다.

관세청이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한 수입 현황에서도 일본차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2.3% 줄어든 4600만 달러로 조사됐다. 중고차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 운영사인 헤이딜러가 지난달 24일 일본 불매운동 전후로 일본차의 중고차 시장 인기도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산 대표 차종들에 대한 중고차 딜러들의 입찰 수는 최근 한달 사이 최대 30%가량 감소했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본차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에는 인천 남동구 구월문화로에서 구월문화로상인회 소속인 한 상인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자신 소유의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같은 달 15일에는 한국주유소협회 홈페이지에 한 이용자가 일본 차량 주유거부운동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중심으로 일본차 불매를 독려하는 게시물도 늘고 있다. 실제로 대형 포털 내 일본계 브랜드 관련 인터넷 포털 카페 동호회 게시판,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자동차를 타지도, 사지도 말자'는 내용의 글과 더불어 반일 감정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게시물이 쉽게 눈에 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일본계 브랜드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 모델이 없다. 독일 브랜드의 경우 가솔린과 디젤 엔진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검증됐지만,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는 일본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차는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아직 상용화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브랜드가 입을 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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