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자본적정성 지표 악화에 신용평가사도 '경고등'
[더팩트|이지선 기자] 농협생명보험이 업계 4위에 달하는 규모에 맞지 않는 건전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공개될 전망인 가운데 수익성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농협금융지주는 내년 중에 농협생명 증자도 고민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자산 규모 65조 원으로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상위 4위에 달하고 은행계 보험사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규모에 맞지 않게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 측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세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농협생명 경영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는 1200억 원 대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1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15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수익 감소가 이어진 것이다.
농협생명의 수익성 악화세는 보장성 보험 확대를 통한 체질 개선 노력에서 기반했다. 방카슈랑스 채널이 발달한 농협생명은 저축성 보험의 비중이 높았지만 오는 2022년 도입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르면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판매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보다 월납 보험료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농협생명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수입보험료도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금리가 떨어지면서 자산운용 부분에서도 큰 손실을 보면서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금리 역전과 환율 영향으로 환 헤지 부문 손실이 컸다. 금리 역전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운용 수익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나 자본 적정성 지표도 악화됐다. 농협생명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올 1분기 말 -0.16%를 기록했고 총자산순이익률(ROA)도 -0.01%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거둔 이익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자본 적정성도 위기를 맞았다.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200% 수준을 밑돌더니 올해 1분기에도 193.4%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적정 RBC 비율을 150%로 권고하고 있지만 농협생명의 규모가 업계 4위권으로 꼽히는 데다 생보업계 평균 RBC 비율이 261.2%인 것을 고려하면 우려가 나올만한 수준이다.
이에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7일 농협생명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이 저조한 데다 자본 적정성 지표도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농협생명이 3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내는 등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으로 농축협조합에 대한 수수료 지급 부담,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등의 영향으로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익성 지표를 보여 왔다"며 "자본 적정성 지표도 저하되는 가운데 유상 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 가능성이 있지만 자체적 이익유보 능력 회복이 동반되지 못할 경우 재차 자본적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농협금융지주도 자본 확충을 위해 농협생명에 대한 증자를 고민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근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지만 RBC 비율이 1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는 아니고 내년 중으로 유상증자를 논의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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