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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심사 앞둔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최대 변수 맞나

  • 경제 | 2019-07-05 13:44
현대중공업이 일본, 중국, EU 등 경쟁국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팩트DB
현대중공업이 일본, 중국, EU 등 경쟁국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팩트DB

한일 관계 악화에 기업결합 경쟁국 심사 불똥 우려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에 우리 정부가 단호한 대응 방침을 정하면서 조선·철강 등 국내 수요 산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에서 경쟁국 심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에게 심사 대상국인 일본과 관계 악화는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본계약, 존속법인 물적 분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예비 실사 작업 등을 마치고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 사의 결합을 심사하고 있고, 경쟁국 심사는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5개 국가가 지정됐다.

기업결합심사는 매출액과 자산, 점유율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들간 합병에 대해 독과점 가능성 등을 심사하는 제도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입찰참여 제한 등에 따라 사실상 영업활동이 불가능해 합병이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4일 국내로 수출하는 반도체 및 OLED 관련 수요 소재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배한 것이라며 WTO 제소를 고려하는 등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양 국의 외교 안보 갈등이 경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언급한 반도체 및 OLED 산업을 포함한 조선·철강기업 등 일본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에게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이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 1위 현대중공업과 2위 대우조선해양 간의 합병이라는 '빅딜'을 두고 독점 문제 등을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기 때문에 이번 외교 갈등을 빌미로 양 사의 기업결합을 적극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 변수로 실질적 경쟁국인 EU와 중국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일본이 외교 갈등을 이유로 시장 독점을 걸고 넘어지며 기업결합 심사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LNG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제공
당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 변수로 실질적 경쟁국인 EU와 중국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일본이 외교 갈등을 이유로 시장 독점을 걸고 넘어지며 기업결합 심사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LNG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제공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양 사의 기업결합 심사의 최대 변수로 EU와 중국의 승인 여부를 거론했다. 먼저 EU는 기업결합 심사를 일반심사와 심층심사 등 2단계 과정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국가로 자체 기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EU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라이벌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선사가 몰려 있고 주요 발주처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높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중국도 변수였다. 중국이 최근 미국과 네덜란드 업체의 기업결합 경쟁국 심사에서 반대표를 던지며 합병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네덜란드 NXP반도체의 기업결합에 어깃장을 놓으며 양 사의 결합 무산을 초래했다. 지난해 한국이 7년 만에 수주 1위를 탈환하기 전까지 중국이 왕좌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도 이번 결합 심사에서 심사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외교 갈등이 발생하며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대한 거부권을 고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근거를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의 기업결합 과정 중 경쟁국 심사에서 점유율만 가지고 독점 여부를 지적하긴 어렵다"며 "양 사의 결합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지 판단하려면 기업결합으로 인한 타 선사의 선박 협상력 악화, 업계 내 선가 인상 우려 등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수주 산업으로 관련된 업체가 많기 때문에 시장의 수급 논리로 움직인다. 이에 점유율이 높은 선사가 있더라도 입맛대로 선가를 임의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며 "경쟁국 심사 대상의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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