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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발표에도 풀리지 않는 '인보사 미스터리', 식지 않은 논란

  • 경제 | 2019-05-30 00:00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허위자료 제출의 이유로 지난 28일 취소한 가운데 식약처 조사와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코오롱원앤온리센터 전경. /더팩트 DB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허위자료 제출의 이유로 지난 28일 취소한 가운데 식약처 조사와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코오롱원앤온리센터 전경. /더팩트 DB

식약처 "확증 없어 단정 못해"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조작·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의혹이 존재하는 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허가과정에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293유래세포)라고 판단, 품목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조치를 취했다. 같은 날 충북 오송 식약처에서는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브리핑을 열어 인보사 성분명 변경과 관련한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까지 덧붙였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도 인보사를 둘러싼 의문점은 풀리지 않고 있다.

◆ 코오롱티슈진, '신장세포' 확인하고도 3개월 동안 코오롱생명과학에 보고 안해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전 '허위 사실'을 발견하고도 은닉한 정황을 포착했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7월 12일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보사 판매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위탁제조소 론자로부터 인보사의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알게된 시점은 그해 4월 5일이다. 이후 코오롱티슈진은 3개월 이상을 함구하다 해당 사실이 포함된 자료를 지난 2017년 7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에 이메일로 송부했다. 이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다음 날이다.

인보사가 신장세포로 만들어진 치료액이라는 사실을 식약처에 알릴 경우 불허될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티슈진이 인보사 허가 다음 날에 이메일을 보낸 것은 '전략적 은폐 수순'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한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2017년 7월 12일에 국내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같은 날 미쓰비시와의 회의가 있었다. 회의 과정에서 미쓰비시 측이 STR 검사 자료를 요청했다. 이때 티슈진이 갖고 있던 STR 검사를 코오롱생명과학에 넘겼고, 코오롱은 이를 다시 미쓰비시 쪽에 넘겼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이후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는 말이 사실이더라도 '치명적 오류'를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생산과 판매에 몰두 한 것은 의도적 '은폐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4월에 티슈진이 파악한 결과를 왜 7월까지 코오롱생명과학에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 내부적으로 서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인보사가 품목허가 취소된 가운데 '조직', '은폐' 등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인보사 제품 이미지.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인보사가 품목허가 취소된 가운데 '조직', '은폐' 등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인보사 제품 이미지.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 인보사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 설명 못해...'조작 의혹'도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까지 인보사 2액의 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뒤바뀐 경위에 대한 제대로된 해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조사에서도 관련된 사항은 전혀 진전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미국 현지실사 결과 "연구용세포은행의 제조과정에 대한 연구노트 확인결과, 수행 시험의 제목 및 날짜만 기록되어 있고 자세한 제조과정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개발초기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에 대해 확인이 불가했다"고 전했다.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 주사액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코오롱티슈진 측에 '생산 가능' 통보를 한 것도 미스터리이다.

신장세포(293세포)는 강력한 세포 증식력으로 인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인체 의약품으로는 사용해서는 안되는 금기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익명의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애초에 293세포(신장세포)인 것을 알았다면 임상시험계획 승인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인 론자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자 측은 '생산 가능'이라는 통보, 생산을 수락한 것이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은 '서류 조작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16년 인보사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에 제출한 서류에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하는 자료를 제출한 것도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국내 연구소 현장조사 결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중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연골세포)'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이다.

게다가 식약처는 '2액의 유전자 삽입위치 분석결과'가 허가신청시 제출자료와 다름을 확인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6년 10월 2액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를 유전체염기서열(Whole Genome Sequencing)로 분석한 결과, 허가 신청 시 제출된 결과와 유전자 삽입개수 및 위치가 다른 사실(14개→35개)을 확인하고도 이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 2016년 7월 해당 내용에 대해 중간결과를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인지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는 추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식약처가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gag․pol)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진행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재현시험에서도 특이 유전자(gag·pol) 검출 확인됐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보사에 대한 허가 취소가 결정난 가운데 당시 회장직에 있었던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이성락 기자
인보사에 대한 허가 취소가 결정난 가운데 당시 회장직에 있었던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이웅열 전 회장 포함한 '윗선' 정말 몰랐나

인보사 사태에서 가장 큰 의문으로 제기되는 부분은 코오롱그룹 수뇌부가 이러한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일관되게 인보사가 '신장유래세포'에 기초한 사실에 대해 지난 2월 말 알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이메일을 보낼 당시(2017년 7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의 비즈니스 담당 직원이 이를 받았으며, 해당 직원은 당시 생산에 이상이 없다는 점에만 주목했고 관련 내용이 윗 책임자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많은 의문점이 있다.

바이오업계는 이러한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해명에 대해 바이오 기업 직원이 STR결과의 의미를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코오롱티슈진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이웅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사내이사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28일 깜짝 퇴진을 선언한 이웅열 전 회장에 대한 퇴직 시점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마음을 비운 것이 아니라 향후 벌어질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정황'일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강석연 바이오국장은 "전체적인 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윗선으로 보고되지 않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확증이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여지를 남겼다.

본지는 이러한 풀리지 않은 의혹들에 대해 묻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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