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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조속한 대주주심사로 은행시장에 '메기' 살려라!

  • 경제 | 2019-04-27 00:00
지난 2017년 출범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했다. /더팩트 DB
지난 2017년 출범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했다. /더팩트 DB

은산분리완화 특별법 무력화 '우려'…케이뱅크·카카오벵크 자금 부족 '난관'

[더팩트|조연행 칼럼니스트] 노르웨이 어부들이 청어를 북해에서 런던까지 산채로 실어 나르기 위해 청어 수조에 메기를 넣었다. 수조 안에서 청어들을 필사적으로 도망다니게 만들어 살려서 운송한 것이 '메기이론'의 기원이 됐다. 물고기도 동종끼리는 경쟁을 하지 않기에 이종을 넣어서 사활경쟁을 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 시장에서도 메기를 풀어 넣어 '이종경쟁'을 시킨다며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어렵게 태어난 '메기'가 자라지 못하고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은행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이 가능하기 철저히 독과점 상태를 유지해 왔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상품개발에서 부터 수수료 하나까지 거의 모든 것을 허가 받아야 했다. 틀에 벗어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만들 수도 팔 수도 없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다른 은행들과 보조 맞추기만 하면 영업은 저절로 됐다. 소비자들은 다른 대체재가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금만 빌려주면 높은 이율과 비용은 따지지 않고 '감지덕지' 오히려 고마워 했다. 독과점 구조가 반세기 동안 그렇게 영업을 해도 해마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게 했다.

그런 은행시장에 인터넷은행이라는 '메기'가 나타났다. 좁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담합적 영업행위로 높은 이자율과 수수료로 소비자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던 은행들 사이에 작지만 강한 '메기'가 나와서 경쟁을 하게된 것이다. 2년 만에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으로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 섰다. 금융소비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됐고,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하던 금융소외계층도 대출을 받을수 있게 됐으며 중금리 대출로 이자율을 낮춰 소비자편익도 크게 증가됐다. 소비자를 향해 움직이지 않던 덩치 큰 은행들도 메기에 쫓겨 소비자를 향해 몸을 낮추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 문제를 방관해 어렵게 탄생시킨 '메기'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자체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문턱에 걸려 사활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첫 메기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모두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의 금융사의 대주주로 적절한지 심사하는 절차다.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KT가 신청한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이유이다. 애초 KT는 5900억원 규모의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34%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KT는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개정, 올해 1월부터 산업자본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설립된 케이뱅크가 이 혜택을 받으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을 다시 넘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또한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또한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케이뱅크는 현재 자금부족으로 계속적 대출중단이라는 은행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해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발효 중이나,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더뎌지면서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 확충으로 안정적인 운전자금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금융당국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심사가 없어 '대출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도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턱에 걸렸다. 카카오가 계열사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으나, 엔플루토 등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은행의 생명은 '신용'이고, 이는 '자금력'으로부터 나온다. 자금력은 '건전성'과 직결되고, 이는 '소비자보호'로 이어진다. 과거 금융자본만에 의해 충당해 오던 은행의 자본을 비금융자본에 의해서도 충당할 수 있는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피해는 결국 소비자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어렵게 은산분리라는 규제를 풀어 '메기'를 살리고자 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ICT 기업의 '디지털 DNA'를 결합, 경직된 은행시장의 판을 흔들 '메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고사'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례법 개정의 의미가 없어지고 규제 완화의 효과도 없어지게 된다.

마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잘살고 있는데, 나중에 알게 된 남편의 결혼 전 미미한 과오 때문에 제3자가 혼인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앞으로 잘 살도록 과오는 묻어 두는 것이 낫지 않은가? 바둑이나 장기도, 하물며 윷놀이도, 패를 한번 두면 아무리 패착이라도 무를 수가 없다. 다음 행마를 고민해야지 패착에 빠지면 이로 인해 그 게임은 지고 만다. 정부의 허가로 2년간 어렵사리 탄생시켜 소비자편익을 증대시킨 '메기'를, 과거의 작은 '패착'을 빌미로 그대로 고사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무원 특유의 '무책임 원칙' 때문에 미루지 말라. 문재인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정신과 소비자편익 증대라는 명분에 걸맞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고사 위기에 빠진 메기에게 하루 빨리 새 자금을 수혈해 살려 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제3인터넷은행도 신속히 정확한 기준에 의해 선정해 은행시장에 더 많은 메기를 풀어 건강한 은행 시장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또한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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