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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대 난제 '美 관세' 방어전 전면

  • 경제 | 2019-02-13 00:00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지 생산·판매 현황을 살피고, 미래차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12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 /더팩트 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지 생산·판매 현황을 살피고, 미래차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12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 /더팩트 DB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올해 첫 해외 출장 미국 낙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올 들어 정부가 제시한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발걸음을 맞추며 그룹이 추진하는 친환경차 개발 프로젝트 홍보에 발 벗고 나선 데 이어 쉴 틈도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초읽기' 단계에 접어든 미국발 수입차 관세 문제와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전날(1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미국 출장 기간 동안 정 수석부회장의 구체적인 동선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실리콘 밸리의 미래차 기술 동향 파악, 현지 생산기지 점검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새해 첫 해외 출장 지역으로 미국을 낙점한 배경으로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 정책을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를 그룹 실적 반등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미국발(發) 관세 폭탄 리스크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올해 미국과 중국 등 핵심시장에서 판매와 수익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주문 이후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 켈리블루북(KBB)이 수여하는 '베스트 바이' 상,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차', 미국 유력 디자인상인 '2018 굿디자인 어워드',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iF 디자인상' 등 업계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현대기아차는 물론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잇달아 수상 소식을 전하며 경쟁력 제고에 청신호를 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제네시스 'G70'가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은 물론 업계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잇달아 수상 소식을 전하며 경쟁력 제고에 청신호를 켰다. /제네시스 제공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제네시스 'G70'가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은 물론 업계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잇달아 수상 소식을 전하며 경쟁력 제고에 청신호를 켰다. /제네시스 제공

이달 들어서는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정조준한 전략형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미국 슈퍼볼 광고에 이어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개최된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 행사에 방탄소년단을 전면에 내세워 노출하는 등 광고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반기에는 소형 SUV(프로젝트명 QX) 신차를 추가로 내놓으며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에 이어 북미 전략형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연내 현지 시장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미국 내 판매 네트워크를 대폭 늘려 100여 개의 전용 딜러를 1분기까지 350여 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국발 고율 관세에 발목이 잡힐 경우 정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북미 시장 공략 플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자동차 산업 무역수지는 최대 11조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체 미국 판매 물량 127만 대(현대차 68만 대, 기아차 59만 대) 가운데 전체의 46%인 58만 대를 한국에서 생산해 현지로 수출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수입산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가 입게 될 손실 규모가 각각 1조4700억 원, 기아차 1조1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지 고용 문제도 고심거리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안보영향 조사에 대한 의견서'에서 관세부과로 차량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 악화로 공장 생산직은 물론 미국 전역에 있는 835개 대리점에서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에는 북미 전략형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하반기에는 소형 SUV 신차를 잇달아 미국 현지에 출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에는 북미 전략형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하반기에는 소형 SUV 신차를 잇달아 미국 현지에 출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해 9월 정 수석 부회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 일정도 마다한 채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 역시 미국 시장이 현대차그룹에 차지하는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월버 로스 사무장관과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등 미국 행정부 및 의회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미국 자동차산업에 현대차그룹이 이바지해 온 점을 거듭 강조하며 관세 면제를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그의 역할이 얼마만큼 확대되고 중요한지 최근 몇 개월 동안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그가 보여준 활발한 행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며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고율 관세 문제는 지난해까지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중국발 무역보복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문제 해결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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