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비슷하지만 묘한 적막함 흘러…이웅열 회장은 일정 소화 후 건물 밖으로 떠나
[더팩트 | 마곡=이한림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경영 퇴진을 전격 선언한 코오롱원앤온리센터는 묘한 적막함이 흘렀다. 건물을 나서는 코오롱 직원들은 28일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들었던 오너의 전격 퇴진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오히려 '진짜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웅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센터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사전 예고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이후 코오롱은 연말 인사를 통해 이웅열 회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이 회장의 퇴진을 공식화했다. 퇴진 후에는 '창업의 길'로 들어선다고 덧붙였다. 코오롱그룹은 후임 회장 없이 지주회사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요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그룹 현안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코오롱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오너의 퇴진을 어떻게 바라볼까. 특히 이웅열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코오롱원앤온리센터는 그룹 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텍 등의 핵심 계열사가 상주해 있다. 코오롱원앤온리센터가 '코오롱 R&D센터'로 불려질 만큼 연구개발이 강조되는 계열사들이다. 연구개발 분야는 과감한 투자와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만큼 오너의 존재감이 중요시 된다.
이웅열 회장의 퇴진 선언 직후 코오롱원앤온리센터는 차분한 분위기가 흘렀다. 해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멋스러운 코오롱원앤온리센터의 외관은 웅장한 모습이었지만 묘한 적막함도 흘렀다.
센터 주차장 출구 부근에서 만난 코오롱 직원들은 "이웅열 회장의 경영 퇴진 소식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아침에 들어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응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예상 못했고 놀랐다"고 말했다. 더 이상 질문에는 "죄송하다"며 재빨리 건물로 들어갔다.
코오롱원앤온리센터1층 로비에는 직원들이 드문드문했지만 표정은 대체로 평이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로비에서 만난 코오롱 고위 관계자는 질문도 하기 전에 "회장님은 여기에 없다"며 인삿말을 대신했다. "어디에 계시냐"는 질문에는 "아침 행사 후 경기 과천 본사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 정확한 소재는 잘 모르겠지만 이동한 것은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열 회장의 퇴진 등 연말 인사 소식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아침 방송을 통해 센터 내 전 직원이 소식을 접했다.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오너 (퇴진)소식에 놀란 분도 있지만 보시는 것처럼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원증을 찍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직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질문들을 던졌지만 주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놀랐다", "제가 할말이 아니다", "할 말이 없다", "바쁘다" 등 말을 아꼈다.
한편 이웅열 회장은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아들(1남5녀)로 태어난 '오너 3세' 경영인이다. 그는 1986년 코오롱 뉴욕지사 이사로 입사한 후 도쿄지사, 본사 상무이사, 그룹기획조정실 실장, 그룹 부회장 등을 거쳐 1994년 7월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23년 째 회사를 단독으로 이끌어왔다. 자녀로는 이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전무로 승진한 이규호 코오롱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두 딸이 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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