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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논란' 회계학회 "IFRS에 부합하는 명확한 '기준' 있어야"

  • 경제 | 2018-11-24 00:00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과 관련해 학계 안팎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과 관련해 학계 안팎에서 "기업 회계감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 "삼바 논란, 국제회계 기준 도입 취지 물거품 될 수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가운데 학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이번 결정이 8년 전에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간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 주최로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특별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원칙중심 회계기준에 따른 회계감독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해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이슈를 화두로 한 논의가 주목을 받았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겸 경북대학교 교수)은 환영사에서 "지난 봄부터 세미나를 기획했지만,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 이슈로 더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다"며 삼성바이오 이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운을 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IFRS를 도입하면서 대외적 신인도를 높인다고 했는데 (삼성바이오 이슈로) 자칫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이 같은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협이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2011년 도입한 IFRS는 모든 회계 처리를 정해진 규정대로 처리해야 하는 방식이 아닌 회계기준에선 기본 원칙만 정하되 원칙 안에서 기업에 판단 재량과 책임을 주는 '원칙 중심'의 회계 처리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그는 원활한 회계 감독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 구축이 미약한 상태에서 기업과 회계법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금융 당국의 판단이 기업 재무재표 작성 리스크 확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학회장은 "삼성바이오 분식 판정 이후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해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원칙중심 회계기준 도입 이후 명확한 규정을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비 자본화 처리, 시가 평가는 물론 최근 삼성바이오 이슈에서 쟁점이 됐던 지배력 결정 기준 등에 대한 해석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칙 중심 회계에서는 재무제표 작성자에게 회계 처리의 적합성을 판단하도록 하지만, 기업이 외부 감사나 감리나 소송 과정에서 본인들이 올바른 판단 했다는 것을 소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제표 작성 리스크가 늘었다'는 호소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 상임위원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간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 주최로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특별세미나에 참석해 사후 결과 중심의 일방적인 제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김학수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 상임위원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간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 주최로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특별세미나에 참석해 사후 결과 중심의 일방적인 제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김학수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 상임위원 역시 현재 금융 당국의 회계 감독 시스템이 IFRS 도입 취지와 많은 부분에서 상충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김 위원은 "우리 회계의 국제 신임도를 높이기 위해 원칙 중심의 IFRS가 도입된 지 8년이 지났고, 이 기간 동안 관계 기관들이 해당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삼성바이오 논란은 이 같은 노력의 성과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외부 감사에 IFRS라는 새 옷을 입히는 데만 혈안이 된 채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원칙 중심 회계로 전환하는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라는 반성도 하게 됐다"며 사후 결과 중심의 일방적인 제재 방식에 대한 문제점에 관해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원칙 중심 회계 기준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잘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법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자칫 자의적 회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서도 "회계 처리 과정이 사회 통념상 정당한 절차로 이뤄졌는지를 의미하는 '듀 프로세스'와 회계 처리 선택은 기업이나 감사인의 전문가 판단 의견으로 존중될 수 있는 만큼 원칙 중심 회계 기준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감독기관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설정과 금융 당국의 기업 회계감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부대표는 "감독기구의 '의지'가 개입되면 감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회사는 '분식 의지', 감사인은 '계약 연장', 감독기구는 '내가 보기에는 잘못이다'는 식의 '의지'를 걷어내고 '원칙'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홍 두산 관리부장은 "명확한 지침이 없어서 일하기 힘들다는 게 실무자들의 견해다"며 "4대 회계법인에 의견을 구해보면, 답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너무 어렵고,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질의회신을 공개해서 기업 담당자들의 재무제표 작성 역량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측도 증선위가 회사 측의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과 관련해 "2016년 말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적합성과 관련해 금감원에 문제 제기했을 당시 국제회계기준(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삼성바이오 사태와 관련해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는 피규제자(기업)가 원칙 위반 여부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강철승 중앙대 교수는 "전 정부에서 '합리적이다'고 판단했던 사안이 현 정부 들어서 뒤집어지는 상황이 회계 원칙에 과연 부합한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IFRS 원칙에 맞게 하라던 감독기관이 정권이 바뀐다고 결정이 바뀔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문제 제기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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