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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이색계열사⑰] 농협중앙회 '남해화학', 농민을 위한 '일등 기업'

  • 경제 | 2018-11-19 06:00
전라남도 여수시에 자리한 남해화학 공장 경영동에는
전라남도 여수시에 자리한 남해화학 공장 경영동에는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이라는 문구가 크게 씌여 있다. 지난해 취임한 이광록 남해화학 대표(왼쪽 위)는 "농업인을 위한 일류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수=이지선 기자, 남해화학 제공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편이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인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부터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남해화학 여수 공장은 매년 1달씩 공장 시설 등을 정비 하기 위해 쉬는 때를 제외하고는 24시간 돌아간다.

비료시장 점유율 1위…"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 열 것"

[더팩트ㅣ여수=이지선 기자] 수증기를 내뿜는 석유화학 공장들이 모여있는 여수 산업단지 단지 안,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아름다운 주변 환경이 눈에 띄는 145만㎥ 규모의 공장이 있다. 공장단지가 모여있어도 미세먼지가 뿌옇게 찬 서울 하늘보다는 확연히 깨끗한 공기가 느껴졌다. 앞으로 산에 둘러싸인 공장이 보이고, 뒤로는 바다가 펼쳐진 땅끝 화학공장은 상호금융회사로 익히 알려진 농협중앙회의 계열사 '남해화학'이다.

남해화학은 지난 2012년 3월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경제 부문 분리)로 경제지주 산하에 들어갔다. 경제지주 산하라고 해도 농업협동조합과 화학공장의 만남은 다소 이색적으로 여겨진다. '농업'을 위한 조합과 '공업'을 하는 공장은 거의 '극과 극'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해화확은 농민을 돕기 위한 비료 전문 기업으로 농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업이다.

남해화학 주변 환경은 투박한 공장들이 돌아가는 공장단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사뭇 아름답다. 사무동이나 사택 주변에는 잘 다듬어진 나무가 유난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특히 공장 가는 길에 보인 남해화학 사옥은 택시 기사가 꼭 집어 "이 공장단지 사옥 중에 가장 풍경이 예뻐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유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해화학 김병관 과장은 "아무래도 비료 전문회사다 보니 작물들이 잘 자라지 않겠나"라며 "조경이나 식물 건강에 힘쓰고 있다"고 농담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남해화학 경영동 앞에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설립 당시 쓴 글귀 비석이 있다. 사진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 가운데)와 임직원들이 '농가소득 5000만 원'을 외치는 모습. /남해화학 제공
남해화학 경영동 앞에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설립 당시 쓴 글귀 비석이 있다. 사진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 가운데)와 임직원들이 '농가소득 5000만 원'을 외치는 모습. /남해화학 제공

과거로 돌아가보면 남해화학은 1960년대 조성된 여수산업단지에 두 번째로 들어선 '토박이'다. 1974년 준공된 '제7비료공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안정적인 비료 공급으로 식량 자급을 이루겠다는 정부 방침에 의해서다.

1998년 농협이 주식을 매입하고 남해화학을 자회사로 둔 이유를 이해할 법하다. 남해화학의 공장들을 지나 경영동에 들어서면 문앞에 '농가소득 5000만 원 기필코 달성!!!'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걸려있다. 여전히 남해화학의 가장 첫 번째 목표는 '농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비료뿐 아니라 유류 저장고를 활용해 석유 또한 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농기계를 운용하는데 꼭 필요한 유류를 저렴하게 공급해 농가 부흥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남해화학이 유통하는 석유 제품이 저렴한 만큼 유가 안정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해화학 여수공장 규모는 약 145만2000제곱미터에 이른다. 남해화학 공장 조감도 모형 뒤로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수=이지선 기자
남해화학 여수공장 규모는 약 145만2000제곱미터에 이른다. 남해화학 공장 조감도 모형 뒤로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수=이지선 기자

◆ 비용 최소화 '주력'…이익은 '조합의 주인' 농업인에게

비료는 '필수 농자재'로 꼽힌다.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의미다.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인(P), 황(S), 칼륨(K)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원래는 흙에 있어야 하지만, 자연적으로 이런 성분이 포함된 흙은 드물다.

지금처럼 우리나라에서 나는 작물로 우리나라 인구의 식량을 책임질 수 있게 된 데는 정부 주도의 비료 공급 안정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작물이 잘 자라게 됐고, 농업 진흥으로 이어졌다.

남해화학 여수공장은 1977년 설립 당시 27개 단위공장으로 지어졌다. 당시 기준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정부가 비료공급을 주도하기 위해 지었던 만큼 투자도 뒷받침됐다. 조경에 특별히 신경을 쓴 남해화학 사옥도 그 투자의 반증이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줄을 선 '남해화학 사옥 산책길'은 여수 주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소다.

1998년 민영화 바람에 남해화학은 농협중앙회 산하로 들어갔지만 이익을 더 늘리기 위한 방향은 아니었다. 농협중앙회는 농업 진흥을 위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더해 남해화학을 이끌어나갔다. 농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비료 값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목표다.

지난 2016년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서울에 있던 남해화학 본사를 여수 공장으로 이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함이다. 이를 통해 좀더 좋은 비료를 저렴한 가격에 농가에 공급하고자 하고 있다. 결국 이 기업의 주인은 조합원, 즉 농민들이라는 인식에서다.

남해화학 직원들이 거주하는 사택 주변에는 조경 잘 된 나무들이 눈에 띈다. 멀리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나무 숲길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명소'로 꼽힌다. 사진은 남해화학 사택 관리실 주변의 모습.
남해화학 직원들이 거주하는 사택 주변에는 조경 잘 된 나무들이 눈에 띈다. 멀리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나무 숲길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명소'로 꼽힌다. 사진은 남해화학 사택 관리실 주변의 모습.

◆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남해화학의 비료 사업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자랑한다. 공장 면적은 145만2000㎥로 44만 평에 이른다. 이 규모를 가진 비료 공장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400여 명의 직원들이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을 지키면서 수요를 충족하는 것에서 넘어 수출 부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해화학 공장은 낙포부두와 맞닿아 있다. 수입한 원료는 부두에서 바로 파이프라인과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공장으로 옮겨진다. 이동에 대한 모든 비용을 줄여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지금 낙포부두는 여주시에 기부채납돼 근처 다른 석유화학 공장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반 인프라 구축에 참여했던 만큼 아직도 가장 효율적으로 부두를 활용할 수 있는 공장은 남해화학이다.

이렇게 개발된 좋은 품질의 비료는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 남해화학은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시장에 비료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나 일본 등 신규 시장을 개발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110만 톤의 비료를 생산하면 50% 이상인 60만 톤을 수출한다. 앞서 말한 낙포 부두에서 남해화학의 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간다. 수출액은 3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2011년 남해화학은 농약원재 생산 다국적 합작법인 '닛소남해아그로'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자연환경에 민감한 뉴질랜드에서의 검역 인증도 마치면서 비료 품질을 인정받았다.

남해화학 공장 내부에서 직원들이 공정을 살피고 있다. 남해화학은 비료 사업 외에도 화학물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나아가 새로운 정밀 화학물 생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남해화학 공장 내부에서 직원들이 공정을 살피고 있다. 남해화학은 비료 사업 외에도 화학물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나아가 새로운 정밀 화학물 생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 원료 100% 수입…경쟁국 '추격' 뿌리칠 '미래전략'은?

주력 사업인 비료 사업의 원료는 100%가 수입이다. 원료 중 하나인 인 성분은 동물 뼈에 주로 있는 성분으로 인광석에서 추출한다. 국내에서는 이 인광석이 없다. 물론 황, 칼륨도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농업이 고령화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경쟁국들도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남해화학 김병관 과장은 "경쟁국들이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는 만큼 남해화학은 비료 상품의 품질을 더욱 올리기 위해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고 차별점을 말했다.

이외에도 남해화학은 화학물질도 생산·판매하고 있다. 비료를 만들면서 생산되는 기초 화학소재인 황산, 발연황산, 인상, 불화규산, 황산가리 등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요긴하게 쓰인다. 국내 농자재 수요 충족을 넘어서 글로벌 화학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남해화학 여수 공장은 매년 1달씩 공장 시설 등을 정비 하기 위해 쉬는 때를 제외하고는 24시간 돌아간다.
남해화학 여수 공장은 매년 1달씩 공장 시설 등을 정비 하기 위해 쉬는 때를 제외하고는 24시간 돌아간다.

화학부문은 남해화학의 성장 동력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암모니아수와 나노가공실리카 등 정밀화학 제품 분야에도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에 기여하면서도 주주 이익을 위해 새 먹거리를 찾아나가고 있다.

남해화학의 연간 영업이익은 계속 성장 중이다. 지난 2016년 145억 원에서 지난해 268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3분기까지도 24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1124억 원에 달했다. 김병관 과장은 "글로벌 화학기업과 세계 최고의 비료기업으로 거듭나 결과적으로 최초의 설립 목표인 조합의 주인, '농민'을 위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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