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변호인단과 상의 후 항소 결정할 것"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장병문 기자] "피고인 이중근에게 징역 5년, 벌금 1억 원을 부과한다. 이중근에게 실형을 선고하지만 재판부는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검찰의 증거가 부족했다고 봤다. 피고인의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 않겠지만 법원의 실형 선고가 확정될 경우 구속될 수 있다."
임대주택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익을 챙기고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심 선고가 나오자 이 회장은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1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이중근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이중근 회장이 4300억 원에 이르는 횡령·배임 혐의를 비롯해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12년에 벌금 73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중근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병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 7월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이중근 회장은 오후 1시 50분께 변호인과 회사 관계들과 함께 법원에 들어섰다. 병보석 중인 이중근 회장은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측근들의 의전을 받으며 걸어들어왔다. 회색 정장과 노타이 차림의 이중근 회장은 입을 꾹 다문 채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재판장 안에서도 표정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날 판결은 두 시간가량 걸쳐 진행됐지만 이중근 회장은 판사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들도 재판부의 판결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재판부는 "이중근 회장이 단순 이익 추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 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 주체로 협력업체 구성원 등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주요 경영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는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해관계자들도 고려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 등 대다수 공소사실은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 결과와 같이 상당 공소사실이 무죄가 나온 것을 보면 방어권 행사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법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단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장의 방청석은 90여 석에 달했지만 많은 사람이 입석으로 재판을 지켜봐야 했다. 이중근 회장의 재판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원 2층에는 수십 미터가량의 긴 줄이 형성됐다. 중년의 일반인들이 이중근 회장의 재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줄 끝부분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던 한 50대 여성은 "판교부영 입주자 모임에서 이중근 회장 재판을 보기 위해 왔다. 많은 사람이 몰렸는데 땅바닥에 앉아서 봐도 좋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부영 입주자들은 부영이 임대료 인상을 강요하고 부실 하자 등을 주장하며 부영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편 이중근 회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영주택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불법으로 분양가를 조정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법 등으로 43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법인세 36억2000여만 원 상당을 포탈하고 일가에서 운영하는 부실 계열사 채권을 회수할 목적으로 우량계열사 자금 2300억 원을 부당지원하거나 조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중근 회장을 정점으로 부영은 우월적 지위로 법률을 무시하며 불법 분양전환을 해 임대주택에 살려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면서 이 회장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3억 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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