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사모펀드 전문회사(PEF)가 최근 10년 새 3배 이상 규모를 키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PEF를 중심으로 PEF의 발전 과정과 펀드 운용 상황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2005년 설립' VIG파트너스·MBK파트너스, 현주소는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한국의 사모펀드업계는 2005년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가 출범한 이래 몸집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사모펀드는 크게 헤지펀드와 PEF로 나뉘는데, PEF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펀드다.
사모펀드의 선두주자는 보고펀드로 우리나라 첫 토종 사모펀드다. 하지만 출범 이래 성공 가도를 달리다 LG실트론 인수 실패 이후 급격하게 휘청거렸다. 반면 같은 해 출범한 MBK파트너스의 경우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회사로 성장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여곡절' VIG파트너스, 재도약할까
2005년 우리나라 PEF의 문을 연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동양생명, 노비타를 시작으로 아이리버, 비씨카드 BKR(버거킹) 등을 사들이며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다.
보고펀드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노비타와 비씨카드를 들 수 있다. 보고펀드는 노비타와 비씨카드 투자로 수익률 100% 이상을 달성했다.
보고펀드는 2006년 비데 시장 성장을 예상하며 노비타를 인수했다. 처음 노비타 지분 33%를 사들인 데 이어 2009년 비데 사업부만 분리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예상대로 비데 시장은 급성장했고, 400억 원을 투자한 노비타는 2011년 미국 콜러에 900억 원가량에 넘어갔다.
2009년 말 15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사들인 비씨카드도 2년 만에 기업 가치가 2배로 불어났다. 보고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비씨카드 지분은 2012년 KT캐피탈에 약 3000억 원에 매각됐다.
BKR 투자 역시 성공적이었다. 2012년 말 1000억 원 규모로 사들인 BKR 지분을 2016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 원에 매각하면서 10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 이 또한 수익률 100%를 달성한 것이다.
특히 당시 경영이 어려웠던 BKR을 인수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며 실적을 크게 회복해나갔다. 전문경영인을 전격 도입하고, 매장 시스템을 바꾸며 점포 확장과 채용 확대 등에 적극 나섰다. 이 때문에 BKR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어갈 때 버거킹코리아가 VIG파트너스 측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먹튀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PEF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준 계기가 됐다.
동양생명은 2006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인수해갔다. 특히 2011년 동양그룹의 동양생명 지분이 보고펀드로 대거 넘어가면서 경영권을 갖게 됐다. 9000억 원을 투자한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 안방보험이 1조1100억 원에 인수하며 20%대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매각 후 육류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안방보험이 보고펀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보고펀드는 2014년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고펀드(4246억 원)와 2007년 KTB PE컨소시엄(2832억 원)은 동부그룹으로부터 7078억 원을 주고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했다. 이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인수금융 2250억 원을 빌렸다.
당초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을 인수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LG실트론의 실적은 악화됐고, IPO는 잇따라 실패했다. 이로 인해 투자금 회수는 물론 이자까지 연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채권단은 2010년에 3년, 2013년에 1년 등 두 차례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지만, 2014년 더 이상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고, 결국 보고펀드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됐다. 금융권 인수금융 디폴트는 국내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다.
LG실트론의 인수 실패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보고펀드는 투자의 쓴맛을 본 뒤로 이전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를 계기로 변양호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났고, 2016년 바이아웃 업무 담당의 VIG파트너스와 1호 펀드 투자금 회수 및 부동산, 헤지펀드 투자 업무 담당의 보고인베스트먼트로 나뉘게 됐다. VIG파트너스는 박병무·신재하·이철민·안성욱 대표가, 보고인베스트먼트는 이재우·박휘준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규모 또한 '국내 첫 PEF'라는 명성에 비해 뒤처진 모습이다. 6월 말 기준 VIG파트너스의 펀드 출자약정액은 1조6500억 원 규모로 같은 해 출범한 MBK파트너스(9조8900억 원)에 6분의 1 수준이다.
현재 VIG파트너스가 관리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으로 삼양옵틱스, 바디프랜드, 윈체, 하이파킹, 좋은라이프, 오토플러스 등이 있다.
◆'폭풍 성장' MBK파트너스, 아시아 최대 PEF로
MBK파트너스는 자산 규모 17조 원의 아시아 최대 규모 PEF다. 최근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매각으로 '잭팟'을 터트리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 본사로부터 한국 법인 지분 100%를 1조8400억 원에 사들였다. 이후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겨왔다. 2014년 1005억 원을 시작으로 2015년 1825억 원, 2016년 1670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ING생명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유지분 40.85%를 구주매출로 매각해 1조1055억 원을 회수했다. 또한 잔여지분인 59.15%에 해당하는 배당도 이뤄져 배당으로만 총 6100억 원을 거둬들였다. 일부 지분 매각과 배당만으로 1조7000억 원을 벌어들이며 원금을 모두 회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의 인수 금액이 모두 순수 투자이익으로 잡히는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신한금융지주에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2989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5년 만에 수익률 120%가량을 기록한 것이다.
한미캐피탈의 경우 1년 만에 450%가 넘는 자본회수율을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2006년 780억 원을 들여 한국씨티은행의 자회사 한미캐피탈을 인수했다. 그다음 해에 우리금융지주에 한미캐피탈을 3500억 원에 넘기면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MBK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을 빼놓을 수 없다.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테마파크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MBK파트너스는 2009년 골드만삭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을 약 1조3500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컨소시엄의 지분 구성은 골드만삭스 62.21%, MBK파트너스 23.57%, 아울크릭 15.08%다.
이후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NBC유니버설에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을 넘겼다. 2015년 지분 51%와 경영권을 1조8300억 원에, 지난해 남은 지분 49%를 2조5662억 원에 매각했다. 수익률 140%대를 기록한 것은 물론 기업가치는 8배나 커졌다.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의 기업가치는 인수 전 1조3500억 원에서 인수 당시 8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MBK파트너스의 운용 자산은 1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6월 기준 출자약정액은 9조8900억 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만 네파, 홈플러스, 딜라이브, 골프존 등을 보유하고 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