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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녹색 딜레마①] '일회용컵과의 전쟁' 시작됐는데…현장 인식 엇박자?

  • 경제 | 2018-06-28 11:18

환경부는 이달 20일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를 대상으로 이행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일대 커피 전문점 매장 내에 고객들이 음료를 마시고 놓고 간 일회용컵들. /고은결 기자
환경부는 이달 20일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를 대상으로 이행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일대 커피 전문점 매장 내에 고객들이 음료를 마시고 놓고 간 일회용컵들. /고은결 기자

올해 4월 '플라스틱 대란'이 벌어지면서 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고 규제 강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쓰레기 절감 노력에 유통업계도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지만,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더팩트>는 친환경 경영 딜레마에 빠진 유통가 취재를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과 고객·기업·시스템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정부, 일회용컵 사용 집중 점검 돌입…업계 "고객 인식 개선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더팩트|고은결 기자] 지난 2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의 한 대형 커피 전문점. 계산대 앞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놓여있다. 이 곳은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사업체의 매장이다. 포스 업무를 보는 직원은 밀려오는 손님들에게 음료를 주문받으며 머그잔 사용 여부를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이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던 20여 명의 손님들 중 머그잔에 음료를 받아 마시고 있는 손님은 고작 1명에 불과했다.

지난 4월 '재활용품 대란'과 관련한 논의가 빠르게 진척되며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일회용컵 규제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더팩트>가 서울 명동·을지로 일대 대형 커피 전문점 5곳을 돌아본 결과,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 사용이 활발한 곳은 1곳에 그쳤다.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환경부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는 자발적 협약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음료를 주문할 때 다회용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는 곳도 있었다.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안내를 구두로 설명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다만, 고객들에게 직접 주문을 받고 안내를 하는 매장에서도 할 얘기는 많았다. 고객들의 인식 개선이 따라오지 않으면 환경을 위한 다회용컵 사용 문화의 정착은 먼나라 이야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손님들은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셔도 무거운 아이스컵(유리컵)이나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선호했다.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 "업계, 준비 기간 충분했다" vs "사업체 노력만으로는 한계"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일회용 컵 사용 현장의 집중 점검에 돌입했다. 한국은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연간 커피 소비량 성인 1인당 512잔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 또한 급격히 늘며 수 년 간 지지부진했던 일회용 컵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모습이다. 환경부는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또한 되살리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앞서 주요 커피전문점 사업자들은 지난달 24일 환경부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고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는 다음 달 말까지 관할 구역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현장 계도와 홍보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계고장을 발부하며,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금지 안내 포스터 등을 배부한다. 오는 8월에도 지자체 현장 지도 점검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도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21개 브랜드 수도권 지역 226개 매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구체적으로 자발적 협약 점검 요원들이 매장을 방문해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을 우선 제공하는지, 협약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현장 점검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매장의 다회용컵 권유 여부"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만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는 속내도 존재했다. 서울 내에서 커피 전문점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하루에 수백 잔이 나가는데 수량에 맞춰 아이스컵과 머그잔을 추가로 구매하기 부담스럽고, (모두 다회용컵으로 교체하면)설거지 또한 감당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대형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머그는 기존에도 주기적으로 교체해왔지만 다회용컵 사용 권장에 따라 설거지 등을 할 인력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일회용컵 줄이기 노력과 더불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자는 논의도 국내에서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 매장 모습. /고은결 기자
일회용컵 줄이기 노력과 더불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자는 논의도 국내에서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 매장 모습. /고은결 기자

아울러 비닐 파동 등으로 인해 일회용컵 감축을 위한 규제 속도가 다소 빨라진 것 같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회용 컵 줄이기가 느닷없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좀 더 본격적으로 규제에 속도를 내며 업체들도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주요 사업자들의 일회용 컵 줄이기에 대한 자발적 협약이 논의된 이후 준비 기간은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부터 일회용 컵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준비 기간이 충분했는데도 업체들이 다회용컵 준비가 미진하다는 것은 준비에 소홀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반적으로 커피 전문점 업체들 사이에서는 '일회용 컵 줄이기 노력'이 고객들의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빛을 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미 일회용 컵 사용이 익숙하고 다회용컵의 세척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환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려면, 정부 차원의 홍보나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위한 일회용 컵 줄이기 움직임은 사업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소비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회용 컵 줄이기 바람과 함께 화제가 된 '종이 빨대'와 관련해서 업계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자는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 종이빨대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비용적 측면에서도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이라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와는 비교도 안되게 가격적 측면에서 우위가 있다"면서 "국내에는 저가 커피 전문점도 워낙 많다보니 바로 종이 빨대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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