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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4200만의 선택, '선진 정치'로 화답하라

  • 경제 | 2018-06-16 05:01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대부분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며 문재인 정부 정책 수행에 힘을 실어줬다./이선화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대부분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며 문재인 정부 정책 수행에 힘을 실어줬다./이선화 기자

서민들의 작은 공사, ‘부르는 게 값, 엉터리 공사’…합리적인 시장 존재하지 않아

[더팩트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60.2%의 정치 소비자들이 투표에 참여했고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시도지사 17명 중 14명(82%), 구시군단체장 226명 중 151명(66%), 시도의원 737명 중 605명(82%), 구시군의원 2541명 중 1400명(55%),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선 12명 중 11명(91%)이 각각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 동안 변화를 갈구한 국민들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선택했다. 정권 출범 1년여가 지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치소비자인 국민들은 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국민들은 무엇을 바라며 집권당을 선택하고 정치인을 골랐을까.

우리나라의 경제 순위는 국가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로 경제적으로는 상위 수준인 선진국이다. 하지만 다른 기준으로 선진국을 따져 본다면 순위는 한참 뒤처진다. CIA의 선진국리스트(Developed Country List) 34개국에 한국은 없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에서 매긴 '삶의 질' 순위에서 한국은 111개국 중 30위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서는 세계 177개국 중 18위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먹고사는 것은 그런대로 상위에 올라 있으나, 선진국은 아니라는 통계수치다.

국가 전반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순으로 매기는 것은 국가나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순으로 ‘정치’를 맨 먼저 순위에 놓는다. 정치는 법을 만들어 국가를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견고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져야 국가시스템이 정교하고 완벽하게 작동하게 된다. 허술한 법과 제도는 나사가 빠진 기계처럼 삐걱거리고 소리가 나게 된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에는 ‘법과 제도가 얼마나 치밀하게 시스템적으로 되어 있나’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고 정치인을 선택하는 정치 소비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는 자타가 인정하듯이 ‘후진’이라는 평가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에 따른 이합집산, 야합의 정치가 판을 친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지만, 당선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뻣뻣해진다. 국민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법을 만드는 일은 관심이 없고 당론, 당리당략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임에 분주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NGO단체가 재정이 부족하여 운영에 곤란을 겪고 있다. 회비, 후원과 지원사업만으로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자 인건비를 감내하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재정상태가 나아지길 기대했으나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순위는 국가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지만, 다른 기준으로 따졌을 때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더팩트 DB
우리나라 경제순위는 국가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지만, 다른 기준으로 따졌을 때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더팩트 DB

그래서 금융소비자연맹은 예전에 포장마차를 하던 심정으로, 상근자 식대라도 벌 심산으로 수익사업인 회원 쉼터 코지25를 열었다. 애시당초 개설비용이 없었기에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점포를 빌리고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길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아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고 목공, 설비, 전기, 통신, 도배, 페인팅 등 직접 업자를 불러 계약을 하고 설비와 시공을 했다.

여러 업자를 불러 견적을 의뢰하면 가격 편차가 너무 커 어느 것이 도대체 합리적인 가격인지 알지 못했다. 동일한 유리창호 설치에 어느 업자는 300만 원, 어느 업자는 700만 원으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POS(결제단말기) 설치에 한 업체는 ‘월 3만 원’, 어느 업체는 ‘500만 원’이라니 도대체 어느 것이 ‘적정가격’인지 알 수가 없다. 업자 대부분 구두로 계약을 하고 공사를 마치면 대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공사도 치밀하게 ‘내 것처럼’ 하는 업자를 보지 못했다. 깔끔하게 일 마무리하는 경우도 없고 대충 대충한다.

설비전문가들이 한 시공에 한 달도 안 돼서 정화조가 넘치고, 화장실에 정화조 냄새가 올라오고 배관공사에 돌덩이가 들어가도 빼내지 않고 그냥 마무리한다. 하자가 발생해 보수를 요구하면 대금결제가 끝난 경우 대부분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업자든 일당 인부든 그들이 바라는 건 오직 ‘보수’고 ‘일’은 뒷전이다. A/S는 없다. 소비자로서 합리적인 소비와 선택을 할 수 없는 ‘엉터리 시장’이다. 이것이 경제대국 12위 국가의 소비자와 업자 간의 거래 현실이다.

직장인이 퇴직금으로 점포 하나 차리려면 인허가에서 인테리어, 오픈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퇴직금은 먼저 보는 게 ’임자‘라고 하듯이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다. 소비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의 손실이 너무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사업이 성업인 것 같다. 대부분의 서민들의 거래하는 이러한 시장은 ’엉터리 시장‘이다.

개인 소비자가 업자를 상대해 일을 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인테리어 업자에게 위탁하게 되는데, 이 또한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부르는 게 값’으로 바가지 쓰는 일이 허다하다. 경제선진국이라 하지만 시장바닥의 소비자와 업자 간의 거래는 합리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은 일 처리가 꼼꼼하고 마무리가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건물 하나하나, 문짝, 가구 도배 등 어느 것이든 세심하게 살펴보면 깔끔하고 정교한 마무리에 감탄이 저절로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천양지차’다.

선진국의 척도는 경제력만으로는 따질 수 없다. 국격, 민도, 국민성, 도덕, 상식, 예절, 약속 등을 감안하고, 법적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이고 ‘법’이다. 정치가 시작이다. 현명한 정치로 국격, 민도, 국민성, 도덕, 상식을 바꿀 수 있다.

4200만 정치 소비자가 투표로 ‘나라를 바꿀’ 정치인을 선택했다. 이번에 선발된 풀뿌리 정치인들은 국민, 소비자들이 바라는 제대로 된 정치,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어야 건강하고 튼튼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kicf21@gmail.com

우리나라 경제순위는 국가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지만, 다른 기준으로 따졌을 때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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