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높아져…투자 집행 신속성 우려해 숨 고르기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을 앞두고 금융그룹에 대한 체질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 당국이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미래에셋이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오는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시범 적용한다. 통합감독 제도는 금융그룹의 건전한 운영을 확보하기 위해 상호출자·내부거래·위험전이 등 금융그룹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통합감독 대상은 삼성, 한화, 교보생명,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개 금융그룹이다. 이 가운데 삼성과 미래에셋이 지적을 많이 받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그룹 리스크 사례를 제시해 삼성과 미래에셋을 정조준했다. 금감원은 리스크 사례로 9가지를 들었는데 지적 사항이 삼성은 2개, 미래에셋은 6개에 달했다.
미래에셋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교차출자, 미래에셋캐피탈의 차입자금 자본확충 등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 각자 보유한 자사주 5000억 원씩을 매입해 자본 증가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는 통합감독상 적격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차입 자금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회사가 과도한 차입으로 어려워지면 자회사에 무리한 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금감원은 차입금을 출자하면 자본의 질이 떨어지고 그룹 레버리지가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 압박이 거세지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국내 부문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달 24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를 두고 통합감독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여부에 따라 평가 잣대가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통합감독 도입은 사실상 미래에셋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배구조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주사 체제가 도입되면 소유구조가 단순해져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 그러나 체제 전환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이라는 단점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항상 금융 당국 타깃이 되고 있는데 이는 지주사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셋이 당장은 아닐지라도 지주사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래에셋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적극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투자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기 때문에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통합감독 세부안이 나오면 이에 최대한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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