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줄이고, 연회비 올리고…소비자 "혜택 좋으니 일찍 단종"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포인트 적립·할인 등의 혜택이 많은 카드를 없애거나 중단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비용 절감이 절실해지자 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에게 '알짜 카드'로 각광받던 카드가 하나둘씩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2일 신한카드는 Always on(얼웨이스 온) 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해당 카드는 연회비 1000원으로 매달 1만 원 이상 사용 시 10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고, 모바일 카드 사용 실적이 있으면 1000포인트를 더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신한카드 측은 새로 출시한 Deep Dream(딥드림) 카드와 기존 카드가 혜택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단종시켰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얼웨이스 온은 혜택이 적은 편이었고, 더 좋은 혜택이 있는 카드를 소비자에게 먼저 추천해드리는 차원에서 단종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딥드림 카드의 연회비는 8000원인 만큼 국내외 겸용 카드 연회비가 1000원이던 얼웨이스 온 카드 발급 중단이 아쉽다는 의견이 거세다. 지난 2016년 출시된 후 2년여 만에 중단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역시 혜택 좋은 카드는 빨리 단종되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오는 5월 31일에는 KB국민카드도 '통합 실적 인정' 혜택을 주던 myOne KB국민카드와 사랑티켓문화사랑 KB국민카드 신규발급을 중단한다. 해당 카드들은 일명 '굴비카드'로 불리며 여러 카드로 결제해도 합산한 실적을 인정해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예를 들어 전월 실적 30만 원 이상 사용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두 카드로 15만 원씩만 결제해도 두 카드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었다.
그에 앞서 KB국민카드는 파격적 혜택으로 사랑받던 '로블 카드'도 올 1월부터 신규발급을 중단했다. 로블 카드는 동남아 항공권 구매 시 동반자의 티켓을 무료로 제공했던 카드다. 국민카드 측은 지난해 초 출시한 베브(BeV V)카드가 로블 카드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지만 티켓 무료제공 혜택은 없다.
이외에도 롯데카드는 포인트를 무제한으로 적립해주던 벡스(VEXX)카드 신규발급을 지난해 1월 중단했다. 소비자들 요구에 지난해 8월 벡스Ⅱ 카드를 출시했지만 포인트 적립 한도가 월 최대 10만 포인트로 제한되고 연회비도 두 배로 뛰었다.
NH농협카드의 '시럽 카드'도 SK플래닛과 제휴해 2016년 4월 출시됐지만 신규발급이 중단됐다. 6개월 만에 신용카드 13만 장, 체크카드 31만 장 등이 발급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대 10만 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혜택이 부담됐다는 해석이다. SK플래닛은 쿠폰 사용 폭증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계약 조정에 관한 내용증명을 NH농협카드에 보내며 소송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발급이 중단되지 않았지만 연회비만 오르고 혜택이 줄어든 상품도 있다. 삼성카드의 프리미엄 라인인 아멕스 골드카드는 기존 12만 원이던 연회비를 30만 원으로 인상했지만 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해주던 '알짜' 혜택이 사라졌다. 같은 라인의 아멕스 그린카드도 기존 3만 원이던 연회비를 4만9000원으로 올렸지만 혜택은 줄었다. 아멕스 그린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작년 말 이후 개선이 아니라 '개악'된 느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도 프리미엄 라인으로 꼽히는 카드 연회비를 인상하며 리뉴얼했다. 현대카드는 'the Red Edition2' 시리즈를 단종하고 'the Red Edition3'로 리뉴얼하며 연회비를 기존 19만5000원에서 29만5000원으로 올렸다. 이에 지급하는 바우처 혜택을 늘렸지만 모든 가맹점에서 0.5% 할인해주던 혜택을 없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알짜'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혜택을 줄이거나 연회비를 올리는 것은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영세사업자와 중소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우대수수료를 각각 0.8%와 1.3%로 낮췄다.
실제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2268억 원으로 지난해 1조8132억 원에 비해 32.3%나 감소했다. 지난 2014년 2조2000억원에 이르렀던 순익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오는 7월에도 수수료를 낮출 방침이라 카드사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정책으로 인해 카드사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혜택 등으로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소비가가 원하는 카드를 단종하는 것은 소비자 반발 등을 예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수익성이 너무 떨어지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말부터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과 그 배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 신용카드사 CEO와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결제 과정을 효율화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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