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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삼성·현대차·LG '세대교체'…아버지 자리 채우는 3·4세 장남

  • 경제 | 2018-05-21 05:03

삼성,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3세 또는 4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3세 또는 4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재용·정의선·구광모…父 이어 子 시대 온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삼성,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그룹 등 주요 그룹에서 사실상 3세 경영 시대의 막을 올린 가운데 LG그룹에서도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4세 경영 체제를 공언하는 등 주요 그룹의 경영권 중심이 4050 세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 구본무→구광모 '4세 경영 승계' 9부 능선 넘은 LG그룹

20일 오전 사망한 고(故) 구본무 회장의 빈소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52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 회장이 1년여 전부터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으며 투병생활을 이어가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승계 시나리오가 그려진 가운데 LG그룹은 최근 진행된 LG 이사회에서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을 그룹 지주회사의 등기이사로 내정했다.

LG그룹은 최근 진행된 LG 이사회에서 고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그룹 지주회사의 등기이사로 내정하며 4세 경영 승계를 공식화했다.
LG그룹은 최근 진행된 LG 이사회에서 고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그룹 지주회사의 등기이사로 내정하며 4세 경영 승계를 공식화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구 상무의 등기이사 내정이 사실상 4세 경영 체제 전환의 시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6월 29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상무의 등기이사 내정 안건이 최종 통과한 이후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선두에 나서 최고의사결정권자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룹 측에서도 구 상무의 등기이사 내정과 관련해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다"며 4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올랐음을 시사했다.

LG그룹이 정통적으로 이어 온 '장자 승계 원칙' 역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LG그룹은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까지 철저하게 장자에게 기업 경영을 승계했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 상무는 아버지 구 회장(11.28%), 작은아버지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그룹 3대 주주다. 승계의 마지막 관문인 지분 승계 작업만 마무리되면 사실상 3세에서 4세로 이어지는 승계작업도 마무리된다.

◆ '사실상' 승계, 경영권 바통 쥔 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재계 서열 1, 2위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세대교체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재계 안팎에서 이미 승계작업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8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사장직 연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번 연임에 대해 "지난 2015년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재단 이사장직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유지해 온 '지위'와 '상징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에서 이번 연임은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도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를 기존 이건희 회장에서 그의 장남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자 대기업집단 시책의 바로미터로 공정위가 삼성그룹의 최고의사결정권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있음을 공언한 것이다.

재계 서열 1, 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도 3세 경영 승계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재계 서열 1, 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도 3세 경영 승계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은 경영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정몽구 회장이 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3세 승계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이나 움직임은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현대차그룹이 주관하는 국내외 주요 행사는 물론 정부 차원의 경제계 행사에서 '그룹의 대표'는 늘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몫이다.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순방외교 때는 물론 같은 해 7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 회동에서도 정 부회장은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외에도 지난 1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룹을 방문했을 때도 정 부회장은 직접 그룹의 미래 사업 투자 계획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난달 열린 '2018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도 신차 출시 계획을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정 부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3월 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엘리엇의 개입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며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목소리를 내며 '차기 리더'로서의 존재감과 리더십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별 내부 상황과 분위기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최근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3, 4세 경영인들의 승계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무엇보다 총수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있을 경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혹은 이어받게 될 '후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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