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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별세] 글로벌 LG 키운 '별' 지다…구광모 '4세 경영' 본격화

  • 경제 | 2018-05-20 13:47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미주지역 유학 중인 R&D 석박사 인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구 회장. /LG 제공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미주지역 유학 중인 R&D 석박사 인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구 회장. /LG 제공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구본준 부회장 거취 '주목'

[더팩트 | 이성락 기자] LG를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경영자로 평가 받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향년 73세의 일기로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LG '4세 경영'이 본격화 한다.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구자경 명예회장-고 구본무 회장에 이어 고인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40)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이어받게 된다.

고인은 1995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았다. 연세대를 다니다가 미국 애슐랜드대 경영학과와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에 입사했다. 이후 럭키 유지총괄본부장, 금성사 이사, 럭키금성 기획조정실 전무, 럭키금성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고,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고인은 LG를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구인회 회장이 1947년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서 출발한 LG는 구자경 명예회장 시대에 한국 대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고인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됐다. 고인은 '럭키 금성'을 글로벌 시장에 맞게 'LG'라는 이름으로 탄생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고인은 또 자동차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이른바 성장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LG그룹 매출은 1995년 2월 22일 구본무 회장 취임 당시 30조 원대에서 2017년 160조 원대로 5배 이상 늘었다. 해외 매출은 약 10조 원에서 약 110조 원으로 10배 이상 신장했다.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구광모 상무가 LG를 이끌어가게 됐다. 앞서 LG는 지난 4월17일 이사회를 열어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6월29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조치다. 향후 구 상무의 직책과 업무 등은 주총 이후 확정된다.

LG오너가(家)는 '장자가 가업을 승계하고, 일단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확고한 승계 원칙에 따라 LG그룹은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지 않고 무난하게 승계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23년 만이다. 지난 1969년 작고한 고 구인회 창업주에 이어 장남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1995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경영권을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넘겼다.

구인회 창업주에 이어 구 명예회장으로 경영권이 넘겨졌을 당시 구인회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키고 LIG그룹을 만들었다. 여섯 형제 중 넷째부터 막내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분리해 LS그룹을 세웠다. 구본무 회장이 경영권을 받았을 당시에도 장자 승계와 형제 퇴진의 원칙에 따라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그룹 내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구 명예회장과 함께 LG그룹 및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상무가 LG그룹 4세 경영인으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더팩트DB·LG그룹 제공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상무가 LG그룹 4세 경영인으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더팩트DB·LG그룹 제공

장자 승계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슬하에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입적하기도 했다.

서울 경복초, 영동고교를 거친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2006년 구 상무는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40세로 젊은 편에 속하는 구 상무는 2014년에 상무로 승진해 임원이 된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구 상무가 리더로서 역량을 쌓기 위한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의 보좌 체제가 숨가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및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 상무는 당분간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사업 내용 등의 파악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하현회 (주)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구 상무를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상무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 체제 구축이 예상되면서 그동안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LG그룹 경영을 맡아왔던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 재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DB
구광모 상무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 체제 구축이 예상되면서 그동안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LG그룹 경영을 맡아왔던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 재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DB

구 상무의 4세 경영이 본격화함에 따라 고인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구 부회장은 와병 중인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지난 1년여 동안 사실상 그룹 경영을 이끌어왔지만, 집안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 7.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이 지분을 밑천 삼아 LG그룹의 일부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인수해 독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이런 방식으로 독립했다. 재계에선 LG상사, LG화학의 바이오 부문 등이 후보로 점쳐진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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