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이빨 드러낸 엘리엇 목표는 '돈'?
[더팩트 | 서재근·이지선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최근 내놓은 '지배회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에 제동을 걸며 노골적인 개입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회사와 주주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제안"이라며 주주 권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이 같은 개입이 보유한 회사의 지분 가치 상승과 그에 따른 시세 차익에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대비 1.88% 오른 주당 1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각각 0.62%, 0.16%의 상승률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23일) 엘리엇 측이 "현대차그룹이 지분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개편안에 대한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와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내민 지 하루 만에 3사의 주가가 모두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엘리엇은 '현대 가속화 제안'에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소각 및 주주배당금을 당기순이익의 40~50%까지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방안에 관해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은) 상당한 현금자산을 보유한 수익성 높은 사업부문을 불명확한 평가방식에 따라 분할해 물류회사에 합병하려 한다"며 현대글로비스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이 같은 주장이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당시 때와 전개가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엘리엇은 당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30조 원 규모의 특별 배당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 사례를 보더라도, 실제 회사 실적이 오르기도 했지만 배당확대 정책 등이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며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제시한 요구안에도 주가 반등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재편안에 제동을 걸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엘리엇 측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보통주를 1조5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별 구체적인 지분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세 회사의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엘리엇이 가진 지분은 각각 1.5% 정도다.
임시 주총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양사 간 분할합병 건이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주주 3분의 1 참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에 못 미치는 엘리엇 측의 반대표만으로는 지배회사 체제 전환을 막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 측도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엘리엇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앞서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의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해서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겠다"며 공식 견해를 밝힌 이후 별다를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개입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엘리엇이 요구한 지주회사 전환과 특별배당 지급, 이사회 개편 및 정관 변경에 대한 내부적 논의는 주주총회 부결이 결정되지 않는 이상 공론화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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