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이어 김기식까지…금감원 또 '수장 공백'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한 달 새 수장이 2명이나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진 '수장 리스크'로 금감원 조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금융개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결정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는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김 원장의 사임은 선관위의 '위법'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김 원장의 이른바 '5000만 원 셀프 후원' 의혹에 대해 '위법'으로 결론을 내렸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인 2016년 5월 민주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선관위는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 구성원으로서 종전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회비를 낸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봤다.
다만 당초 논란이 시작됐던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해서는 위법 소지가 있지만 사회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김 원장은 취임 2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기 재임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전임인 최흥식 전 원장의 경우 '채용 비리' 의혹으로 6개월 만에 자진사퇴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나 김 원장은 '재벌 저격수', '저승사자' 등의 별명으로 불릴 만큼 금융권의 부당 행위를 제재하고, 혁신과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장하성-김상조-김기식' 삼각편대로 '재벌개혁', '금융개혁'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김 원장은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잇단 '현장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원장은 지난 10일 증권사를 시작으로 13일 자산운용사, 16일 저축은행 업계 CEO와 간담회를 갖는 등 외부 일정을 모두 소화한 바 있다.
금감원의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도 나온다. 최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이 더욱 강화된 데다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금융 개혁'을 이끌 인물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잇단 사퇴로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수장 공백을 채우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앞으로 금융 당국이 현안을 처리하는 데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의 판단을 두고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원장은 5000만 원을 기부하기 전 선관위에 후원 제한에 대해 문의했고, 이후 관련 내역을 담은 회계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선관위는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갔다.
김 원장 또한 선관위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17일 페이스북에 사의 배경을 설명하며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 모임에 1000만 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지난 2년간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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