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자국 산업 보호 조치...개량신약·직접투자 등으로 활로 모색
[더팩트|고은결 기자] '개량신약 판매 확대와 투자 전략 다변화로 수출 3위 의약품 시장인 베트남에서 승부한다'
국내 제약업계가 베트남 시장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자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은 지금껏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입찰 등급제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베트남이 자국 의약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입찰 등급제를 변경해 국내 제약사의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개량신약 판매를 늘리고 대(對)베트남 투자 전략을 다양화 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섰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최근 제네릭 의약품 입찰규정을 변경했다. 개정안에는 베트남 의약품 입찰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인정받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만 1~2등급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 2등급으로 인정해온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PIC/S에 가입된 우리나라는 지난해 5등급에서 2등급으로 등급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새 기준에 따라 최하위인 6등급으로 하락할 위기에 처했다.
◆수출 규모 3위 베트남 시장 80% 타격 우려
베트남 개정안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의 베트남 수출 의약품 물량은 큰 타격을 입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업계는 수출 물량의 80%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트남 시장은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 3위국으로 연간 수출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발간한 '2017 의약품 수출 국가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국 1위는 일본(5억3871만달러), 2위는 중국(4억 4243만달러), 3위는 베트남(2억2591만달러) 순이다. 현재 대웅제약, JW중외제약, LG화학, 대원제약 등 65곳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주요 시장'인 베트남의 수출장벽이 높아지자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복제약 수출길이 좁아진 만큼 '개량신약' 판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개량신약은 단순한 복제약과 다르다. 신약을 기반으로 복용 편의성을 높이거나 약효를 강화시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환자가 늘어 약의 크기와 복용 횟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베트남의 입찰등급 변경에 영향을 덜 받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입찰등급 변경은 복제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량신약의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더욱 노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협회도 산업계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베트남 정부에 전달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제약협회는 지난 3일 베트남제약협회(VNPCA)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고위급 회의를 열고 양국 제약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 베트남에 FDI-기술제휴 강화키로...현지화 가속될 듯
제약협회는 또 국내 제약사들이 베트남 의약품 시장에 직접투자(FDI)를 늘리고 기술제휴와 협력사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제약사의 글로벌 수출 담당자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이 태스크포스팀(TF)를 구성했다"며 "이를 통해 베트남 정부 측에 대응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베트남 수출 규모가 미미한 업체들은 "별도 대응방안은 없지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국내 업계 수출 전략이 '현지화'에 더욱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자국산업 보호에 나선 신흥국을 뚫기 위해 '직접투자' 를 강화해 단순한 의약품 유통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얘기다. 제약협회 측은 "해외시장 개척 및 관리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순 수출에서 직접투자·합작투자·기술제휴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개량신약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신약을 토대로 복용하기에 편리하고 약효를 강화하기 위해 개량한 약이다.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합성한 복합약도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은 허가 받은 제품을 기반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보다 임상시험 기간이 줄어들고 개발 비용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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