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선·보완 요구에 국내 시장 경쟁 불붙어
[더팩트｜고은결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최근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보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미국산 글로벌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합의를 한 셈이다. 한국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손질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미국산 신약은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총 공세에 나설 태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대한 국내 사정당국 칼끝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제약업계로서는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게 됐다.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따로 없다.
◆ 美제약協 "미국산 글로벌 신약 제값 쳐달라" 압박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한·미 FTA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는 안에 합의했다. 지난 2016년 7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발표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는 신약 중에서 국내에서 임상 시험을 하고 인력을 고용하는 등 국내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도가 높고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된 신약 약값을 우대해주는 제도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 약값을 10% 높게 받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두고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차별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신약 연구개발(R&D) 활동과 개발을 하지 않으면 약가를 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 건강보험 약값 제도가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푸대접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미국제약협회(PhRMA)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약가 제도를 문제 삼아 '최고 수준'의 무역 제재를 가해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별 신약 가격을 분석 비교한 결과 한국의 신약 가격은 OECD 회원국 평균가격의 44%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요구는 '미국산 신약을 비싸게 사달라'는 것"이라며 "건보재정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업계에서는 FTA 개정협상에 따라 내용을 손질한다면 국내업체가 다국적 제약사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아예 시장 진출도 하지 않은 미국계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가 신약을 국내 출시하기가 쉬워진다면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욱 녹록치 않은 경쟁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내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 홍역' 몸살
국내 제약업계는 FTA발(發) 외풍 못지 않게 올해 초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엠지는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명문제약은 경찰이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명문제약 압수수색은 회사를 퇴사한 영업사원의 '내부자 고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찰에 이어 세무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부광약품에 특별세무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 복지부가 리베이트 의약품에 약값을 깎기로 하자 제약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일부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조치는 일단 미뤄졌다.
앞서 복지부는 리베이트로 적발된 11개 제약사의 340개 약제에 대한 가격을 평균 8.38% 인하하는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일부 제약사들이 이달 1일로 예정된 약가 인하에 대해 집행정지와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가인용 형식으로 약가인하를 일단 정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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