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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금호타이어 인수" 타이어뱅크, 큰 소리만 있고 실체가 없다

  • 경제 | 2018-03-28 00:00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27일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대전=남용희 기자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27일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대전=남용희 기자

두 회사 규모-인수 자금-사업 노하우 모두 불리..금호타이어 노조-채권단 면담후 최종 인수 결정

[더팩트ㅣ대전=이성로 기자]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투자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이 두 곳이나 있다. 인수 자금은 큰 문제가 없다."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따른 자금 조달 우려를 일축하며 재원 마련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타이어뱅크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만한 구체적인 인수와 운영 계획 등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이어뱅크는 타이어를 제조한 노하우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이 인수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오전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회장은 이날 "금호타이어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면 즉시 판매를 늘리고 고용을 보장하면서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타이어뱅크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유출을 막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업계 안팎에서 우려했던 인수 자금에 대한 방안도 공개했다. 2016년 기준으로 타이어뱅크 매출액은 3729억 원, 영업이익 664억 원, 당기순이익 273억 원이다. 반면 금호타이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6500억 원이다. 업계에서 타이어뱅크의 인수 추진에 의문을 던지는 가장 큰 부분이다.

김정규 회장은
김정규 회장은 "타이어뱅크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유출을 막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대전=남용희 기자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 주식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채권단에 담보를 제공한 뒤 차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공동 인수를 제안한 것도 있다"며 자금 조달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의 자신감과 다르게 업계에선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두 회사의 규모, 인수 자금 그리고 제조업 경험 등을 이유로 이번 인수 추진이 실현 가능할지에 의문표를 던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정말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자금적인 부분 등 속사정은 모르지만 중견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이어뱅크는 유통기업이다. 타이어 제조는 물론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한 경험도 없다. 업계 관계자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반응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뱅크는 수 십년 동안 타이어를 판매하면서 제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풍부하지만 제조는 180도 다른 시장"이라며 "과연 인수할 수 있을지, 또한 인수 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은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팩트 DB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은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팩트 DB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율협상 기한(30일)을 3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인수 의사를 밝힌 타이어뱅크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물론 금호타이어 노조와도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한 적이 없고 이를 위한 면담이나 접촉 등도 전혀 없었다"면서 "금호타이어 새 인수주체가 등장해도 인수전(戰)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회사 규모에서도 큰 차이가 있어 인수 협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전반적인 상황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 이 자리는 인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타이어뱅크는 국민 여론은 물론 금호타이어 노조 그리고 채권단과 회담을 한 후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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