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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어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수화학 영업이익 '반토막' 굴욕

  • 경제 | 2018-03-19 05:00
이수앱지스는 오는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상범(오른쪽 위) 이수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상범 회장이 바이오 사업 부문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이수앱지스는 오는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상범(오른쪽 위) 이수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상범 회장이 바이오 사업 부문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김상범 회장, 이수앱지스 사내이사로 선임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이수그룹 주력사 이수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면서 김상범(57) 이수그룹 회장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열사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김 회장이 바이오 사업 부문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작년 매출액이 1조50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0.5% 줄었고 영업이익은 344억 원으로 47.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3억 원으로 77.2% 줄었다.

◆ 이수그룹 주력사 이수화학, 지난해 영업이익 곤두박질

이수화학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원화 강세로 이익이 줄었고 종속회사 수익성이 감소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프로필렌과 부타디엔,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화학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LAB(연성알킬벤젠, 세탁 세제 원료)이 주력 제품인 이수화학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세탁세제 원료 LAB과 LAB 원료 노말파라핀(NP)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주 고객사로는 LG생활건강과 CJ라이온 등이며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와 P&G 등도 이수화학 제품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이수화학의 LAB 수출 비중은 95%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2011~2013년 LAB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쳤고 결국 이수화학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수화학은 2014년 1조8515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가 357억 원이다. 이에 따라 2015년에 5391만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2016년 영업이익은 649억 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에 344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수화학 자회사 이수건설도 힘든 시기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이수건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수건설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942억 원과 69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이수건설은 안정적인 관급 건축에 주력하고 있지만 과거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수앱지스는 항혈전치료제 '클로티냅', 고셔병치료제 '애브서틴', 파브리병치료제 '파바갈'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시판 중이다.  /이수앱지스 홈페이지 캡처
이수앱지스는 항혈전치료제 '클로티냅', 고셔병치료제 '애브서틴', 파브리병치료제 '파바갈'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시판 중이다. /이수앱지스 홈페이지 캡처

이수그룹 이끌 차세대 사업은 바이오의약품?

김상범 회장은 바이오 사업 부문에 무게추를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수그룹 바이오의약품 계열사 이수앱지스는 오는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상범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상범 회장은 지난달 28일 이수앱지스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김상범 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앱지스는 2000년 이수화학 생명공학 사업부에서 시작해 희귀의약품 바이오시밀러(복제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현재 총 6종의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시판 중이다. 2006년 항혈전치료제 '클로티냅', 2012년 고셔병치료제 '애브서틴', 2014년 파브리병치료제 '파바갈'을 차례로 출시했다.

희귀질환의약품은 일반의약품에 비해 개발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개발 비용도 적게 든다. 대상 환자가 적고 치료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규모가 크지 않다. 또한 시급성을 고려하여 FDA 허가절차도 단축될 수 있다. 희귀질환의약품 개발이 끝나면 신약의 경우 최소 7년간 시장을 독점한다. 이 때문에 의약품 사업 중에서도 저비용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김상범 회장은 이 사업에 20년 가까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 왔다.

이수앱지스는 항혈전치료제 '클로티냅', 고셔병치료제 '애브서틴', 파브리병치료제 '파바갈'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시판 중이다.  /이수앱지스 홈페이지 캡처

이수앱지스는 지난 2016년 매출 190억 원, 당기순손실 20억 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매출이 해마다 늘어나고 적자 폭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고정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지만 해외 시장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사업 청사진도 마련했다.

국내에서 2012년 허가받은 애브서틴은 고셔병의 ERT요법 치료제 세레자임의 바이오시밀러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희귀질환인 리소좀 축적 질환(LSD)의 한 종류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 효소 결핍으로 발생한다. 애브서턴은 6년간에 걸쳐 국내에서 시판한 결과 특별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다. 치료비용이 연간 2억 원 정도인 오리지널 세레자임에 비해 애브서틴은 30% 저렴한 가격으로 투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애브서틴은 멕시코·이란을 비롯한 6개국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 14개국에서 품목허가를 진행 중이다.

이수앱지스는 고셔병 치료제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유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중이다. 또한 파바갈은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임상3상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유럽 출시는 2021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수앱지스의 바이오시밀러가 매년 여러 국가에서 허가받고 있어 승인 국가 추가에 따라 계단식 매출 증가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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