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미래에서 온 그대' 현대자동차의 미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수전기차인 '넥쏘(NEXO)'는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못지않은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한 번 충전으로 한국 어디든 갈 수 있는 항속거리(609km)를 비롯해 4단계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까지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엄지를 치켜세우기 충분한 '미래에서 온 그대'였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지난 5일. 현대차는 넥쏘의 1회 충전 항속거리를 공개하는 동시에 미디어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출발해 여주휴게소를 거쳐 강원도 평창 메달하우스까지 총 210km 구간에서 넥쏘를 체험했다. 3인 1조로 진행됐고, 시승 코스는 대부분 고속도로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왠지 모를 신비감이 감도는 외관 디자인이었다. 최근 코나를 비롯해 신형 싼타페까지 현대차 SUV를 보면 '패밀리룩'을 적용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지만, 넥쏘는 예외였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 외관 디자인은 미래와 현재의 시각적 경계를 보여주는 호라이즌 포지셔닝 램프, 클린한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히든 리어 와이퍼 등으로 기존 차량과 차별화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구현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 위치한 센터패시아였다. 대부분 차량은 수직으로 구성된 반면, 넥쏘는 콘솔박스와 같이 운전석과 보조석을 구분하는 수평으로 이루어졌다. 센터패시아엔 버튼식 변속기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었다.
운전대를 잡으면 넥쏘의 정숙성에 입이 벌어진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동승한 기자들 모두 '시동이 걸린 게 맞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에서도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도심,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승차감 역시 기존 고급 대형 세단이나 전기차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부드러움을 경험했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면 시원시원한 크기의 대형 디스플레이와 클러스터(계기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한눈에 볼 수 있고, 7인치 디지털 버추얼 클러스터 역시 실시간 연비, 타이어 공기압 등 차량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사이드미러에 있는 카메라 화면을 계기판에서 볼 수 있어 '사각지대 위험' 없이 안전하게 차선을 이동할 수 있다. 운전이 미숙한 초보 운전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화면에 비치는 장애물은 실제보다 더 멀리 보여지기 때문에 카메라에 의존하면 자칫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현대차가 자랑하는 ADAS시스템 역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뿐 아니라, 하차한 상태에서도 주차와 출차를 자동으로 지원)'와 '차로 유지 보조(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전용도로 및 일반도로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기능이 강화돼 선보이는 기술로 0~150km/h 사이 속도에서 차로 중앙을 유지하도록 보조)' 기능은 운전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해결해줬다.
여주휴게소에 있는 수소충전소(H2 스테이션)에선 넥쏘의 충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넥쏘는 한 번에 6.33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데 1㎏의 수소 연료를 충전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는 넥쏘의 완충 시간은 약 5분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시승이 끝난 뒤에는 약 10분 동안 4단계 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었다. 4단계는 고속도로 등 제한된 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사람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자동차 스스로 신호등과 장애물을 인지해 스스로 주행한다.
주행 구간엔 경사가 급한 오르막, 내리막길 그리고 공사 현장도 있었지만,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고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는 등 비교적 안전한 주행이 이어졌다.
현대차 연구원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하지만 회전 교차로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도심 주행에선 상황에 따라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다. 최대한 보수적 운전 방식으로 설정했지만, 아직까지 100% 완전자율주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다. 우선 가속력이었다. 순수전기차인 한국지엠의 볼트EV와 테슬라 모델S 90D와 비교해 '치고 나가는 힘'이나 '폭발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넥쏘의 최고출력은 113.kw(145마력), 최대토크는 395N·m(40.3kg·m)다. 볼트EV 최고출력은 150kw(204마력), 최대토크는 36.7kg·m, 모델S 90D의 모터최대출력은 306.7Kw(417마력), 모터최대토크는 657.5Nm(67.1kg·m)이다.
또한, 널찍한 2열 공간과 비교해 콘솔박스와 함께 운전석과 보조석에 사이에 위치한 대형 센터패시아로 인해 1열은 비교적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넥쏘가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국내 수소 충전소는 12곳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정부 및 지역자치단체, 민간 에너지 업체와 함께 전국적인 충전소 인프라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올해 충전소를 30개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넥쏘 출시일은 3월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3000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중형 SUV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계획에 발맞춰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누계판매 1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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