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고등법원=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5일, 삼성 관계자들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날 오후 2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달 31일 법원이 선고 재판 방청권 배부 방식을 기존 선착순 배부에서 추첨 방식으로 바꾸면서 매번 재판 때마다 법원을 찾은 삼성 관계자들은 '운명의 결과'를 법정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지난해 2월 2차 구속영장 청구 이후 1년여 동안 세상과 격리돼 있던 이 부회장이 구치소가 아닌 자택 또는 사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다. 차분하게 재판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부디 재판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관계자들 역시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이 부회장의 공백에 대한 임직원들의 우려와 위축된 회사 안팎의 분위기가 장기화할까 걱정스럽다"며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삼성 안팎에 흐르는 긴장감은 지난 1심 선고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법원 청사 주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난해 8월 1심 선고 재판 당시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서로 대치하면서 9개 중대, 720여 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과 달리 이날 법원은 오전부터 줄곧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항소심 선고 결과를 바라보는 법원 안팎의 시선 역시 6개월여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지난 9월부터 3개월여 동안 진행된 항소심에서 동안 '백지 공소장' 논란을 비롯해 특검이 내세운 '0차 독대' 주장에 증거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석방 여부를 두고 법조계는 물론 삼성 안팎에서도 "지난 1심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여기에 벤처기업협회와 '의견 광고'로 유명한 기업인 이영수 ㈜재이손 대표 등이 잇달아 이 부회장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탄원서와 기고문을 낸 것은 물론 주요 외신과 국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하는 등 대내외적으로도 재판 결과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1심 때부터 항소심 결심 때까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자신의 견해를 단 한 차례도 밝힌 바 없었던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이 부회장을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한 안팎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A4 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에서 특검이 주장하는 '부정한 청탁'과, 지난 2014년 9월 12일 '0차 독대' 의혹 등에 관해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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