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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닭 볏 모양 벽 시선 뺏네…美 삼성 '오디오랩' 직접 가보니

  • 경제 | 2018-01-15 11:22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은 무반향실·청음실 등 업계 최고 연구 시설을 갖춘 음향 기술 전문 연구 기관이다. 사진은 닭 볏 모양 벽이 눈길을 끄는 오디오랩 무반향실 내부. /로스앤젤레스=이성락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은 무반향실·청음실 등 업계 최고 연구 시설을 갖춘 음향 기술 전문 연구 기관이다. 사진은 닭 볏 모양 벽이 눈길을 끄는 오디오랩 무반향실 내부. /로스앤젤레스=이성락 기자

[더팩트ㅣ로스앤젤레스(미국)=이성락 기자] 닭 볏처럼 뾰족뾰족한 벽으로 이루어진 방에 들어선다. 비죽 솟아나 있는 벽은 유리섬유 따위가 철근에 얽혀 꽤 단단해 보이는 모양을 갖추고 있다. 신기한 광경에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본다. 마치 여름 볕에 바짝 말린 벌집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독특하게 생긴 이 방의 진가는 문을 닫았을 때 발휘된다. 이곳의 이름은 무반향실, 소리의 반향을 완벽하게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벽이 뾰족한 이유도 소리를 완벽하게 흡수하기 위함이다. 소리가 벽을 따라 울리지 않기 때문에 완벽한 '무음 상태'가 가능하다.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삼성전자 '오디오랩' 최고 음향 연구 시설 갖춰

무반향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에 마련돼 있다. 오디오랩은 여러 연구 시설을 갖춘 음향 기술 전문 연구 기관을 말한다. 지난 13일(한국시각) 오후 2시 30분쯤 방문한 오디오랩에서는 무반향실 외에도 청음실 등 업계 최고의 음향 연구 시설을 체험할 수 있었다.

무반향실에 이어 청음실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스피커가 내는 소리를 듣고 점수를 매기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테스트는 간단하다. 차례대로 나오는 노래를 듣고 음향 품질을 0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기면 된다. 이날 테스트에는 각자 다른 3개의 음향 기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더 좋은 소리' 혹은 '더 나쁜 소리'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테스트 결과, 기자는 소위 말하는 '막귀(음질이 좋고 나쁨을 잘 구별 못 하는 귀)'로 판명됐다. 소리를 내는 음향 기기만큼이나 테스트에 참여하는 청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 오디오랩에서는 청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청력 등 청자에 대한 조사를 한 뒤 테스트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테스트에 참여한 이날과 달리 원래는 혼자 청음실에 들어가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 원칙이다.

이처럼 음향 측정 및 테스트는 철저한 '통제' 속에 진행됐다. 소리가 나오는 기기의 위치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소리의 편향을 줄이기 위함이다. '블라인드' 상태에 놓이는 것도 중요하다. 기기 외관이나 특정 브랜드가 보이면 편견이 생기기 때문에 더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 '시각'을 통제하는 것이다.

오디오랩 시설 중간중간에 음악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성락 기자
오디오랩 시설 중간중간에 음악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성락 기자

◆ 삼성전자가 오디오 기술 강화에 나선 이유는

삼성전자는 이날 정확한 측정과 블라인드 테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음향 품질이 올라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디오랩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귀'까지 사로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앨런 드밴티어 삼성전자 SRA(Samsung Research America) 오디오랩 상무는 "오디오랩은 '삼성 사운드 기술력의 산실'"이라며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오디오 부문에서도 삼성전자가 1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별도 연구 기관을 운영하는 등 오디오 부문 역량 강화에 힘을 쓰고 있는 이유는 오디오 성능이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 잡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TV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화질과 사이즈 위주 경쟁이 화두였으나, 이제 고품격 영상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섬세하고 웅장한 오디오가 TV 시청의 몰입감을 더해주고 있다.

미래 사업을 위해서도 오디오 성능은 필수다. 인공지능 기기·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오디오 기기와 전자디바이스 간 연결성이 확대될 예정이다. 즉 오디오 경쟁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오디오랩의 역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오디오랩을 둘러보면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시설 중간중간에 붙여져 있는 음악 관련 포스터다. 이를 놓고 삼성전자는 오디오랩이 '음악'을 사랑하는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디오랩의 직원 중 다수는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앨범을 4장이나 낸 직원도 있다.

앨런 드밴티어 상무는 "오디오랩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오디오 엔지니어와 뮤지션 등 오디오 분야 전문가 19명이다. 오디오 분야 경력을 합치면 300년이 넘는다"며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공붓벌레는 아니다.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있는 직원들이 서로 배워가면서 오디오랩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4년부터 가동된 오디오랩은 차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첫 성과물은 'CES 2015'에서 공개한 '무지향성 무선 360 오디오' 제품이다. 이 제품은 어떤 공간에 위치해도 360도 전방위 입체 음향을 구현한다. 이번 'CES 2018'에서 선보인 슬림형 사운드바 신제품 'NW700'도 오디오랩의 기술력이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오디오랩은 오디오 기기 외에도 TV의 음질 튜닝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Q7', 'Q8' 시리즈 12개 모델을 통해 TV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음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액설런트' 평가를 받기도 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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