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경제계‧금융권 인사들의 새해 첫 행보에 이목이 쏠린 한 주였습니다. 지난 3일 열린 재계 최대 행사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들의 불참으로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더팩트>가 대통령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세 번째 고배를 마시며 '수장 교체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직접 만나 '불편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권 회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같은 날 금융권 수장들의 발길은 '2018 범금융 신년인사회'로 향했습니다. 이날 1100여명의 인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나 일부 CEO가 취재진의 민감한 질문에 자리를 피하는 등 미묘한 기류도 흘렀다고 하는데요.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선 몇몇 CEO들에겐 이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뜨거운 취재 열기 속 생생한 후일담을 전합니다.
새해 벽두부터 애플 고객들은 AS센터에 집결했습니다. 아이폰 성능 조작 파문과 관련 국내에서도 지난 2일부터 배터리 교체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미흡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죠. 애플의 '호갱(호구 고객)' 취급에 충성도 높은 국내 고객들이 집단소송까지 불사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AS센터에서 만난 애플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담아왔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안옥희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 권오준 포스코 회장, '정부 미운털' 질문에 반응은? (영상)
[더팩트ㅣ정리=안옥희 기자] -지난 3일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더팩트> 취재진의 '불편한 질문'에도 밝은 반응을 보였다죠?
-네. 권 회장은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에서 여러 매체 취재진과 마주했는데요. 모든 행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던 권 회장을 향해 취재진이 몰렸고, 저도 "최근 경제사절단 명단에 계속 제외되면서 정부와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는 게 아니냐. 한 말씀 해달라"며 조금은 '불편한 질문'을 던졌죠. 사실 제가 최근 권 회장 입지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는데 본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기회가 없었기에 물어본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좋은 질문이든 불편한 질문이든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기업인들은 거의 없죠.
-솔직히 권 회장의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첫 반응은 '역시나'였죠. 제가 질문을 하자 포스코 관계자들은 "신년 인사하는 자린데…"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고 권 회장 역시 몰려든 취재진을 본체만체 묵묵부답으로 대응했습니다. 제가 "한 말씀만 부탁드린다"고 재차 말을 건네자 앞만 보고 걸어가던 권 회장이 고개를 돌리고 밝은 얼굴로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응답일 줄 알았는데요.
-권 회장의 예상 밖 반응에 질문을 던진 저 포함 현장에 있던 10여 명의 취재진이 동시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왔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같은 권오준 회장의 한마디에 "여유로워 보인다"면서도 "속으로는 그렇겠냐"고 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권 회장과 경제사절단 그리고 '정부 미운털'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겁니까? 설명해주시죠.
-네. 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인도네시아‧중국까지 세 번 모두 경제 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주요 대기업에선 고령, 건강 악화, 개인일정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총수들이 직접 국외로 향했는데 포스코에선 권 회장이 아닌 사장급 인사가 참석한 것이었죠.
-지난해 6월과 11월 미국, 인도네시아 경제인단에 권오준 회장이 연이어 제외되자 업계에서는 "이번 문 대통령 방중(12월) 일정에도 (권 회장이) 참여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포스코 수장을 교체하려는 BH(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죠.
-그리고 방중 명단에서도 빠지자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이야기(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습니다. 구체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중국 경제사절단 명단에 현 정부와 권 회장의 보이지 않은 '냉각기류'가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권오준 패싱'에 대한 재계 반응은 어땠나요.
-익명을 요구한 몇몇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사실상 교체 신호인 것 같다", "내부 사정을 잘 알진 못하지만,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권오준 회장의 갈등설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거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업계 안팎에선 지난 2014년 대표이사 회장 취임 당시 박근혜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권오준 회장은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눈엣가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죠. 업계에선 지난 중국 순방길에 포스코가 권 회장의 세 번 연속 탈락의 직접적 파장을 우려해 다른 인사를 신청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시민단체가 '청와대의 포스코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최순실 씨를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의뢰하는 등 '정경유착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어서 향방이 주목됩니다.
◆ '조심스러운' 금융권 수장들, 취재진 질문에 멋쩍은 웃음만…
-경제계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매년 1월 초 열리는 최대 행사가 있죠.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2018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열렸는데 올해 행사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이날 6개 금융권 협회와 회원사 대표 및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는데요. 1100여 명의 많은 인사가 참석해 누가 왔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죠.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밝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권 또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올해만큼은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기대감으로 활기를 띤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전체 분위기와 달리 금융사마다 직면한 이슈가 있어 긴장감도 느껴졌고요.
-금융권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면서요?
-아무래도 지난해 금융권이 다사다난했던 만큼 수장들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죠. 특히나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CEO들을 대면하고 자유롭게 대화하기 좋은 자리이기도 하고요.
-CEO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 있겠네요.
-네. 그래서인지 올해는 다른 해보다 유독 CEO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 CEO가 인사를 나누다가도 예민한 질문이 나오면 자리를 피하곤 했죠. 특히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연임 도전 등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경우 올해 경영전략에 대해 "디지털 영업의 원년이라 생각하며, 디지털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최근 가산금리 인상을 두고 금융 당국이 지적한 부분을 두고는 "검토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CEO는 누가 있었나요?
-지난해 12월 말 '깜짝 인사'로 발탁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영업점 운영에 대한 계획을 밝혔는데요. 이 행장은 "지점을 단순히 축소하기보다 기능별로 통폐합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규모를 유지하되 통폐합을 통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유상증자'가 주요 이슈죠.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기존 주주들에게 의향을 물어보고 상황에 따라 새로운 주주를 모집할 예정"이라며 "1분기 안으로 5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금융권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날 신년사를 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은 '혁신 성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경기 회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며,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에 더욱 집중하자는 데 목소리를 모았죠.
-특히 이날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버팀목이 되고 핵심 서비스산업으로 도약해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하자"며 "올·버·디"라는 건배사를 선창했는데요. 건배사처럼 올해 금융산업의 발전은 물론 경제 성장이 함께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 충성심 높았던 애플 고객은 왜 등을 돌렸나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켜 비난받았던 애플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고객의 성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 결정을 내렸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데요. 관련 이야기 전해주시죠.
-네. 앞서 애플은 배터리 교체 비용을 기존 10만 원에서 3만4000원으로 인하했는데요. 국내에서는 지난 2일부터 배터리 교체 작업이 진행됐죠. 그래서 지난 4일 직접 애플 AS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서비스 불만에 항의하는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당초 교체비용인 10만 원보다 6만6000원 할인된 가격이지만 회사측(애플 본사)의 잘못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태도에 '애플빠(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일컫는 말)'를 자처하는 이들의 비난이 상당했습니다.
-우선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는데요. 고객이 몰리면서 서울 종로에 있는 애플 공식 AS센터에 도착했을 때 안내받은 예상 대기 시간만 1시간 30분이었죠. 한 40대 여성 고객은 "자기들이 잘못해놓고 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느냐"며 따지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네요.
-맞습니다. 기다려서 접수를 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접수 후 1~2일은 더 기다려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데요. 결국 한 번 더 AS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것이죠. 무상 교체가 아닌 3만4000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불만입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34) 씨는 무상 교체가 아닌 것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애플이 고객을 굉장히 번거롭게 한다"고 성토했죠. 직장인 김정준(40) 씨는 논란에 대처하는 애플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고객에게 아무런 공지 없이 배터리 교체를 시작한 게 가장 잘못된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군요. 일부 고객은 애플을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네. 국내 애플 고객의 충성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집단소송 참여 희망자 수인데요. 이제 '일부 고객'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에 따르면 소송 참여 희망 고객이 30만명을 돌파했죠. 오는 11일까지 신청 받는 것을 고려하면 최대 4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시민 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 측도 예상보다 소송 참여 희망 고객이 많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50명 정도 생각했는데 100명이 넘는 고객이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전해왔다"며 "'꺼짐 현상', '홈버튼 오작동' 등 품질과 관련된 고객의 불만이 이번 고의 성능 저하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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