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갈등 답보 상태…'한국콜마 부지 매입 관련 의혹 조사해달라' 국무총리비서실·감사원 등에도 민원
[더팩트│내곡동=안옥희 기자] 한국콜마홀딩스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통합기술원 건립을 둘러싼 지역 주민 갈등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환경 문제 등으로 연구소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국무총리비서실과 감사원 등 관계 기관에 부지 매입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내곡동 연구소 건립 논란이 여전히 지역 현안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내곡동 한국콜마 통합기술원 건립을 둘러싼 기업과 지자체, 주민들 간 갈등과 분쟁은 12일 현재 7개월째 계속되고 있어 공사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유해물질 배출 우려, 수의계약 특혜 의혹 등으로 촉발된 연구소 건립 논란이 공사장 진출입로 변경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주민갈등은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콜마 내곡동 연구소 갈등, 이번엔 공사장 진출입로 놓고 '충돌'
<더팩트>는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에 걸쳐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지난 6일 다시 찾은 내곡동 연구소 공사 현장 인근에는 여전히 한국콜마 연구소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플래카드들이 즐비했다. 최근 공사장 진출입로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이 부각된 가운데 관련 주장이 담긴 플래카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내곡동 연구소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비대위(콜마반대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건 플래카드에는 '헌릉로 차량출입은 불법이다! 누가 불법을 자행하려 하는가?', '주민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한국콜마, 과연 기업윤리는 있는가?'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반면 정반대의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소를 찬성하는 주민단체인 내곡지역발전협의회가 내건 플래카드에는 '내곡 주민들과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콜마 공사차량은 헌릉로변으로 통행하라', '서초구청은 헌릉로변으로 콜마 공사차량의 진출입을 허가해 주민 안전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사 차량이 오가는 진출입로 방향을 두고 주민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공사 현장과 주택가는 불과 2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현재 공사 차량은 주택가와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구소 공사 현장이 주택가, 초등학교, 어린이집, 어린이병원과 100m이내에 자리하고 있어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이날에도 덤프트럭과 노란색 어린이집 통원 차량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주민간 이견 차이 팽팽…주택가 VS 대로변 대립각
일부 주민은 지난 9월 서초구청에 공사 차량 진출입로를 지금의 주택가 인근 헌릉로 8길에서 그 반대편인 헌릉로 방면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진출입로가 주택가와 인접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이에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주민들은 진출입로 변경에 극구 반대하며 "편도 5차선인 헌릉로 방면으로 진출입로를 변경하면 오히려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비대위는 서초구청과 SH공사, 서초경찰서 등 관계기관에 헌릉로변 공사차량 출입구 개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민원을 재차 제기한 상태다.
이날 방문한 내곡동 연구소 공사장에서 '절대 좌회전 유턴 금지, 입구에서 우회전, 교차로에서 직진'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헌릉로 방향은 서울 내곡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에 따라 진출입 불허구간으로 지정돼 있어 공사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다. 공사장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사 차량이 역주행하거나 신호위반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안전문제와 공사장 주변의 청결을 위해 아파트 주민과 언남초 학부형들이 돌아가면서 '환경안전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공사장에 걸린 대형 플래카드는 비대위 측이 문제 삼는 공사 차량의 헌릉로 방향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공사 차량 진출입로 변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사장 바로 앞에 위치한 서초더샵포레아파트에 사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비대위 주민들로 구성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부 주민의 공사차량 출입구 개설요구 구간은 현재 주거지로의 차량소음 차단용 방음벽(공공시설물)이 설치돼 있는 구간"이라며 "진출입로를 바꾸게 되면 그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안골마을 22-329)을 이전해야하고 방음벽도 훼손된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차량출입불허구간의 설정은 공공의 안전한 교통·보행환경을 위한 것인데 특정 이해관계자의 편리를 위해서 일시적이라도 허가된다면 그것은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물 등의 훼손을 조장하는 특혜적 행정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한국콜마측 "주민에게 안전한 공사 차량 진출입로는 누가 봐도 헌릉로변"
한국콜마 측은 주민 안전을 위해 애초 헌릉로 방면으로 진출입로를 낼 예정이었다. 헌릉로 방면은 서울 내곡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에 따라 차량진출입 불허구간이다. 단, 건물이 준공되지 않은 공사 기간에는 차량 진출입이 가능하다. 이에 한국콜마 측은 공사 기간 중에는 헌릉로 방향으로 공사차량이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SH공사와 협의했다. 그러나 비대위 등 일부 주민 반대에 부딪혀 현재의 주택가 방향 진출입로를 통해 공사 차량이 드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 현장과 주택가가 불과 2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고 인근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있어서 공사 차량 진출입이 헌릉로변에 비해 어렵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에도 지하 공간 마련을 위한 토사 반출 작업과 기둥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앞에 붙은 안내판에는 이달 PRD 설치와 토사반출 작업이 진행된다고 적혀있었다. PRD 공법은 800~1200㎜ 정도로 구경이 큰 파일을 땅 속 깊은 곳에 박는 도심지 기둥 공사에 주로 적용된다. 내곡동 연구소는 연면적 3만1560㎡(9563평) 규모로 지하 4층, 지상 6층으로 지어질 예정으로 지하 4층까지 흙을 퍼내고 있다. 안내판을 보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토사정리 및 굴착 작업이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진출입로가 불편해서 그런지 공사 진행 속도가 더딘 느낌이다"며 "앞으로도 수개월 간 파낸 흙을 실은 공사 차량이 드나들어야한다던데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한국콜마 측은 공사 차량 진출입로가 넓은 헌릉로변으로 변경되는게 작업에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변경을 원하고 있다.진출입로 변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선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 차량이 좁은 주택가를 지나고 있어 위험할 수밖에 없다. 주민 안전을 위한다면 당연히 진출입로는 헌릉로변으로 가는 게 맞다"며 "일부 주민이 안전을 위해 연구소 건립을 반대한다면서 지금 오히려 주민의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청 측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주민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비대위가 변경 시 강력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서초구청은 법과 절차의 범위 내에서 주민 요청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공사 차량 진출입로를 헌릉로변으로 변경해달라는 주민들과 현상 유지를 하자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다. 법적인 부분을 먼저 검토해보고 주민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비대위 측은 서초구청 등에 헌릉로변 공사장 출입구 개설을 위해 버스정류장 이전 및 방음벽 철거 등의 행위가 발생한다면 이에 발생되는 비용 소지에 대한 출처와 배경을 추적하고 추후 이에 따른 안전사고 및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에 대해 필히 대응할 것임을 알렸다고 밝혔다.
◆ 공사장과 초등학교 100m 안에…주민들 '교육환경영향 평가' 요구
이날 공사장 앞에 위치한 서초더샵포레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사 차량이 어디로 다니든지 위험하고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며 "공사를 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공사를 진행 중인 한국콜마 측과 서초구청이 갈등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주민 A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로선 유해물질 문제가 여전히 제일 큰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구청과 교육청이 나서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과 분쟁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한 실정이다. 주민 B씨는 "연구소가 들어서면서 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며 "어느 쪽으로든 빨리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주택가, 초등학교, 어린이집으로 둘러싸인 내곡동 연구소가 교육 환경에 정말 유해한지 아닌지 전문가들을 불러 따져보자며, 교육환경영향평가 관련 민원을 서울시교육청에 제기한 상태다.
내곡동 연구소는 교육법상 교육환경영향평가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콜마 측 담당자와 주민, 환경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 이해 관계자가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과는 13일 오전 한국콜마 측 관계자, 주민 초청 환경 전문가, 강남서초교육지청, 언남초등학교 학부모, 최호정 시의원, 환경 전문가 등이 함께 모여 질의응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환경영향평가 관련 TF는 아니고 학부모들 민원에 대해 이해 관계자들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다. 한국콜마 측 담당자도 오라고 했으나 말 그대로 협의회 성격의 자리여서 참석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한국콜마 측 관계자는 "한국콜마홀딩스가 교육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참석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서울시교육청) 설명회에 참석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민 소통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주민과의 소통에 노력 중이고 언제든 대화 준비가 돼 있는데 일부 주민이 만나주지 않았던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서초내곡지역 서울시의원인 최호정 시의원은 연구소 건립과 관련 주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대화와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호정 시의원은 "한국콜마 측이나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청 등 관계기관에서 주민 입장을 듣고 성실하게 답을 해줘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답에 주민들이 괜찮다고 할 때 연구소가 들어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콜마 측이 주민들에게 '우리 연구소가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시에는 문을 닫겠다' 이 정도로까지 이야기 해줘야한다"며 "그리고 그 이후에는 주민들도 이해를 하고 콜마 측과 같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의계약 문제점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서라도 명확하게 밝혀야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콜마 부지 매입 관련 의혹 조사해달라' 국무총리비서실·감사원 등에도 민원
연구소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건축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민원을 받고 있는 서초구청 등 관계 기관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각종 민원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풀리지 않자 주민들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들은 내곡동 연구소 부지 수의계약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조사해달라며 감사원 공익감사도 청구했다. 실지감사 실시를 검토 중인 단계로 감사 착수 여부에 따라 공사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국무총리비서실 민원접수를 통해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국토교통부, 대검찰청에도 관련 민원이 접수돼 각 기관이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 한국콜마측 "주민 반발에 공사 일부 차질…무조건 반대에 답답" 호소
한국콜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연면적 3만1560㎡(9563평) 규모 통합기술원을 건립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 학교와 인접해 유해물질 배출 우려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SH공사의 부지 수의계약 특혜 의혹까지 일며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상황이다. 지난 5월 24일 공사 착공 이후부터 현재까지 7개월 넘게 갈등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내곡동 연구소 공사 일정에도 일부 지장을 받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 측은 주민 설득을 위한 설명회를 하면서 한 두 달 정도 공사가 지연, 비용 부담도 증가했다. 초기 설명회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유해물질 배출 등 환경문제, 부지 계약과 진출입로 방향까지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곤혹스러워하는 동시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콜마 측 관계자는 "정당한 문제제기는 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도 "수개월 이어진 일부 주민들의 무조건 반대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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