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폐지키로 한 가운데 유통업계와 소비자 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계는 '묻지마 고발' 등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가맹점주와 소비자 등은 불공정거래를 보다 적극적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전날 '법집행체계 개선 TF' 논의 결과 발표한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유통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6개 법률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번에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공정위만 가능한 유통3법(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위반행위를 누구나 고발할 수 있다. 단,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표시광고법의 경우 이러한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더 검토하기로 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것은 지난 1980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 37년 만이다.
그간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전속고발제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유통업계 갑질로 인한 소상공인이나 프랜차이즈 대리점주가 피해를 당할 경우에도 공정위를 제외한 수사기관엔 고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유통 3법은 상대적으로 처벌 조항이 적고 복잡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아 전속고발제를 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공정위가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대기업을 고발하지 않아 불공정행위 근절이 어려웠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사무국장은 "그간 가맹점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에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호소할 수 없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그간 직접 말할 수 없었던 사건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니 문제가 생길 경우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이번 공정위 결정이 하도급법을 포함해 전속고발제가 전면 폐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전속고발제 폐지가 유통 3법에서만 이뤄지는 데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가맹점주도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공정위에 신고를 하더라도 소용없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며 "가맹점주 개개인이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면 이를 의식한 가맹본부와의 마찰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 재계는 고발이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정부 결정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면서도 "전속고발제 폐지로 고발이 잦아질 경우 검찰 조사, 소송 준비 등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합의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기업이 보는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며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갑질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갑질 사례로 인해 다수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피해를 많이 봤다"며 "정부 규제도 강화됐고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정 방안도 내놓았는데 전속고발권까지 폐지되면 사업하기 부담스러운 환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줄소송이 이어질 경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 내에서는 누구나 고발이 가능할 경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 공정위 역시 이런 이유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에서의 전속고발제 폐지 방안은 추후 과제로 남겼다. TF 위원들 사이에서도 "하도급법은 중소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다"며 입장이 나뉘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표시광고법의 경우 음해성 고발이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존치와 폐지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런 입장에 대해 김태훈 사무국장은 '묻지마 고발'이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리점주 개인의 경우 사업을 그만둘 각오가 아니고서는 가맹본부를 쉽게 고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문제점울 두고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전속고발제 폐지로 유통기업이 관련 법을 지키려 노력하고 조심하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측면을 높게 샀다.
공정위 또한 "유통 3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형사처벌 조항이 많지 않아 '남소' 부작용이 크지 않고 가맹점과 가맹본부 등 갑을 관계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전속고발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 관련 개정 법안은 의원 발의로 국회 상임위에 모두 올라가 있다. 공정위는 입장을 정리해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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