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차)가 힘겨운 2017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월 르노삼성차 대표 이사직에 오른 박동훈 사장을 필두로 국내 완성차 시장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믿었던 볼륨 모델 SM6,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던 QM3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해치백 시장을 겨냥했던 클리오 출시 역시 지지부진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당장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초까지도 마땅한 반전 카드가 없어 반등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내수 7362대, 수출 1만8820대 등 모두 2만6182대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3.1%, 수출만 놓고 보면 334.1% 증가했지만, 내수 시장에서 부진이 뼈아팠다. 9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20.2% 떨어지며 국내 완성차 업계 최하위 성적을 냈다. '박동훈 효과'가 18개월 만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동훈 사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신화'를 쓴 인물이다. 지난 1978년 한진건설에 입사해 유럽주재원으로 생활을 거쳐 볼보 사업부 부장을 맡으면서 자동차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볼보를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려놓았다. 2001년부터는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수입했던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을 지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폭스바겐코리아 출범과 동시에 초대 시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페이톤과 골프를 국내에 들여와 성공을 거두며 수입차 업계 1위에 등극 명성을 떨쳤다.
2008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을 연임했고, 2013년 르노삼성차 영업본부 본부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4월엔 한국인 최초로 대표이사(사장)직에 올랐다. 르노삼성차로 적을 옮기고 나선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캡처를 'QM3'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수입해 '대박'을 터뜨렸고, 이후 출시된 SM6, QM6까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엔 국내 완성차 업계 최하위에 처져 있었던 르노삼성차를 업계 4위로 올려놨다.
그리고 르노삼성차 대표이사직 2년 차. 박동훈 사장은 올해 목표(내수 기준)를 판매량 12만 대, 완성차 업계 3위로 설정하고 2017년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적만 놓고 보면 목표 달성은 분명 힘들어 보인다. 9월 성적뿐 아니라 누계 실적 역시 국내 완성차 가운데 최하위 수치다. 르노삼성차의 9월 누계 판매량은 7만5172대이다. 지난해(7만1204대)보다 5.6% 상승한 수치지만, 당시엔 SM6가 월평균 4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자랑했고, QM6 역시 출시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무엇보다 볼륨 모델인 SM6의 실적 부진이 컸다. SM6는 지난달 2265명의 소비자를 찾아갔는데 전년 동월(4217명)과 비교해 무려 46.3%나 하락했다. 9월까지 누계 판매량은 총 3만2044대로 지난해(4만513대) 대비 20.9%나 떨어졌다.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내수 실적 51%를 책임졌던 SM6의 부진이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졌다. 2016년 르노삼성차는 모두 11만1101대가 팔렸고, SM6는 5만7478대의 실적을 냈다.
지난 7월 페이스리프트를 마친 QM3의 성적도 박동훈호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뉴 QM3는 출시 첫 달인 8월에 전달(1379대)보다 34.2% 떨어진 908대의 부진한 성적을 내더니 지난달엔 8월 판매량과 비교해 20.3% 하락한 724명의 소비자를 찾아가는 데 그쳤다.
그나마 전월 대비 54.2%의 성장세를 보인 QM6(2468대)의 선전이 위안거리다. QM6 GDe(가솔린 모델)는 지난달 중형 SUV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1426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SM6, QM6, QM3 등 특정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르노삼성차로선 QM6의 고군분투만으론 자사 실적을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주력 모델의 부진을 뒷받침해줄 모델도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SM 3, 5, 7은 월평균 1000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고, 기대를 모았던 클리오 출시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 13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회사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목표 달성 역시 불투명하다. 박동훈 사장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남은 3개월 동안 전사적 자세로 업무에 충실하자고 당부하셨다"고 회사 분위기를 설명했다.
르노삼성차 측은 올해 실적 부진을 SM6로 꼽았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력 모델인 SM6의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 포지셔닝엔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세단 시장은 그랜저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SM6는 쏘나타와 비교해 가격이나 사양 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최근 판매량이 두 배 정도 오른 SM5의 간섭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QM3의 부진에 대해선 "경쟁 모델인 코나와 티볼리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솔린 모델이 있지만, QM3는 디젤 모델만 판매하고 있어 가격적으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클리오 출시에 대해서도 "목표는 연말 출시인데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 확답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가라앉아 있는 르노삼성차의 실적에 반전을 연출할 만한 카드는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승승장구해오던 박동훈 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균형있는 발전만이 답'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르노삼성차는 현재 일부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주력 모델인 SM6의 신차효과가 거의 없어지니 전체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주력 모델을 뒷받침해줄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아무런 준비가 안됐다고 보여진다. 클리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출시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어 소비자의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르노삼성차가 비교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개발·발굴을 해야 한다. 관심이 덜한 SM 3, 5, 7 같은 경우는 디자인부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수입차 시장 선두로 올라선 메르세데스-벤츠와 쌍용자동차 티볼리가 좋은 예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르노삼성차로선 분명 고민이 많을 것이다. 박동훈 사장은 능력 있는 분이다. 다만, 신차효과를 이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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