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전날(12일) 열렸다.
지난달 25일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지 2개월여 만에 치러진 두 번째 법정공방에서 변호인단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양측 모두 초반부터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며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고했다.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양쪽의 스탠스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지만, 재판이 시작하기 전 법원 안팎의 분위기, 재판의 진행방식 등 1심 때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들도 적지 않다.
우선 재판정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 절차에서부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 1심 재판 당시 재판 내용 못지않게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방청권 확보를 위한 '자리 맡기' 경쟁이었다. 재판이 치러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해당 법정 입구 앞에 긴 가방 줄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지난달 6일 결심 재판 당시에는 일부 시민들이 전날부터 법원 출입구 앞에서 진을 치며 '1박 2일 줄서기'라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방청권을 확보하기 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방 줄'은 여전했다. 이날 서울 서초 서울고법 6번 법정 출입구 앞에는 재판이 시작되기 4시간여 전인 오전 6시부터 이미 사람들의 줄서기가 시작됐다. 중법정의 경우 70여 석의 일반인 석이 확보되는 대법정과 달리 지정석 20여 석을 제외하고 일반인 방청객이 들어갈 수 있는 정원 수가 32명 정도인데, 가방줄이 만들어진 지 한 시간 만인 오전 7시에 이미 정원은 다 찼다.
그러나 행렬이 형성된 장소는 전과 달랐다. 1심 때는 대기 인원이 법원 청사 안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청사 내부 진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바깥에서 줄을 서는 것만 허용한다.
청사 내 혼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4개월여 동안 진행된 1심 재판 당시 새벽부터 법원 정문에서 진입을 제지하는 법원 직원과 일반인들 사이에 승강이를 벌어지거나 청사 안에서 일부 진보수 시민단체 관계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경찰병력이 동원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법정 내부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형모델로 교체된 보안검색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과 입구를 공유하는 실내 6번 법정 출입구 앞에 설치된 검색대에서는 방청객들의 소지품 검사가 진행된다. 라이터와 같은 화기는 물론 우산, 물병 등 의외로 많은 물건의 반입이 제한된다.
재판정 안으로 들어서자 변호인단과 특검 모두 프레젠테이션(PT) 준비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5명이 피고인석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렸다.
피고인들의 표정에도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지만, 1심 때와 조금은 달라진 분위기가 엿보였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1심 선고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된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묻어 나왔고, 이들 모두 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1심과 달리 휴정시간에 피고인들 간 대화를 하면서 가끔 보였던 미소도 사라졌다.
물론 변호인단과 검찰의 치열한 공방만큼은 1심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6시간이 넘게 진행된 재판 동안 특검은 공소사실 가운데 1심에서 무죄로 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삼성은 다른 대기업과 상황이 다르다"며 유죄를, 변호인단에서는 '부정한 청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한편,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은 오는 19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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